어린이는 언제나 나를 자라게 한다 - 교실 밖 어른들은 알지 못할 특별한 깨달음
김연민 지음 / 허밍버드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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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는 언제나 나를 자라게 한다

 

  초등교사, 그리고 어린이와 주5일을 함께 있다 보니 오늘 읽은 책이 더욱 의미깊었다. 교직생활의 고군분투기를 넘어서 어린이뿐만 아니라 교사 또한 성장하고 자라는 모습이 인상 깊다.

 

  초등학교 1학년 때 담임선생님이 기억난다. 2학기 때는 출산하러 휴직을 들어가셔야 했는데, 반년간의 추억을 남겨주기 위해 운동장 여러 곳에서 반 아이들의 사진을 찍어주셨다. 지금도 그네와 정글짐 앞에서 찍은 나의 8살 때 모습이 사진첩에 들어있다. 근데 다음날 일기장을 검사하시던 선생님이 너무 속상해하셨다. 반 아이들 중 아무도 어제 선생님이 사진 찍어준 내용을 쓴 애가 없었기 때문이다. 선생님 나름대로는 충격이셨던 모양이다. 2학년 때 담임선생님은 손글씨로 좋은 문장과 명언을 써서 40장을 복사해 매일 나눠주셨다. 동판화의 취미도 있으셨는데 시험에서 올백을 맞는 아이들에겐 직접 만든 동판화를 선물해주시겠다고 했다. 1개 틀려서 결국 그것을 받지 못해 아쉬웠다. 그때 내 짝은 9살인데도 아직 오줌싸개 남학생이어서 수업 중간중간 선생님이 바닥을 닦으셨던 기억도 난다.

 

  저자는 교생실습을 나갔다는 제자의 말을 듣고 가입하지도 않은 적금을 받은 기분이라고 했다. 그 학생이 어릴 적 소풍 때 멀미를 해서 토한 거 닦아주느라 힘드셨죠? 라고 했을 때 말이다. 성장한 제자가 비로소 선생님을 이해하는 모습은 얼마나 뿌듯한 일일까? 내심 흐뭇해졌다.

 

  교사, 그중에서도 초등교사는 남들이 보기에 부러움을 넘어선 직업이다. 이 직업의 최대 장점인 개인에게 많은 시간이 보장된다는 점도 그중 하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 사는 곳은 똑같은 법. 그저 저마다의 전장과 전투가 있을 뿐이다. 내가 옆에서 지켜보기에도 저자가 말한 대로 교사는 아프고 어려운직업인 것 같다. 어린이지만 사람을 상대하다 보니 매일 나와 다른 존재들에게 미세한 상처를 입는다. 어른들의 그것보다 더 날카로울 때도 많지만 오히려 아이라서 대항하기 힘들다. ‘교사를 향한 성직자적 관점과 스스로 뒤집어쓴 숭고함으로 이 미세한 상처를 털어놓지도 못하고 혼자 감당해낸다는 문장에 마음이 쓰라렸다. 학부모를 상대하는 것도 고달프다. 말까지 통하지 않는다면 그 사에 끼인 존재인 무기력하게 남겨진학생들을 볼 때마다 미안하고 아프다고 한다. 어렵다.

 

  난 교회 주일학교에서 초등학생들을 가르쳐보았지만 우리 반의 5~10명 되는 소수 인원을 감당하기도 벅찼었다. 요즘 한 반에 인원이 우리 때와는 달리 많이 줄긴 했지만 여전히 아이들을 매일 마주하는 교사는 한사람 한사람의 어린이를 바라보며 그들의 성장을 돕는 중요한 존재다. 누구나 거치는 학창 시절의 기억은 선생님에 의해 좌우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책은 학교한줄(인스타그램) 의 독자 사연도 실어 나를 감동시키고 자라게 한 학생들과의 일화도 보여주었다. 교사의 입장에서 아이를 바라본, 교실 밖 어른들은 알지 못한 특별한 깨달음을 마주할 수 있다. 어린이에게 많이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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