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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일잘러 - 일하는 사람 말고 일 ‘잘하는’ 사람
유꽃비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1년 4월
평점 :
프로일잘러
‘대한민국의 미생이라면 누구에게나 뼈와 살이 될 법한 실무자의 경험담’이 담겨있는 책이라는 소개에 고개가 끄덕여졌다. 저자는 최근 <유 퀴즈 온더 블.럭> 에 출연했던 유꽃비 팀장. 그녀는 자신이 근무하는 롯데주류의 회식문화를 소개했었다. 그것보다 눈여겨 보였던 건 주류업계 최초의 여성 영업팀장이었고 처음처럼의 ‘00처럼’ 명칭 마케팅을 창조했다는 것이다. 자신의 직무에서 두각을 나타낸 팀장으로서 열심히 하는 것을 넘어서 ‘잘’ 하고 싶은 직장인들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저자라 이 책에서 이야기하는 프로일잘러의 일상이 궁금해졌다. 어떤 마음으로 버텨왔는지 함께 들어보자.
1장의 제목은 <사회생활 짬밥은 피눈물의 대가>였다! 전임자가 싸놓은 똥을 보고서 ‘보고’ 만 하는 건 ‘난 모르겠다’ 는 소리로밖에 들리지 않는 것이었다. 전보를 가고 인수인계 과정에서 적지 않게 이런 상황이 펼쳐진다. 주어진 상황이 마이너스라면 최소한 제로, 또는 플러스로 돌리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법칙은 업무든 연애든 모든 일에 통용된다. 물론 불합리하지만 그 불리함을 유리함으로 바꾸기 위해 전력을 다해보는 것도 필요하지 않을까? 저자가 도매상을 담당하며 40만원 되는 채권차이 금액을 자비로 메꾼 에피소드를 보니 마이너스에서 시작했지만 지속적인 노력과 깔끔한 처리에 상대는 긍정적으로 지켜봐 주기 시작하는 모습도 역시 모든 건 사람과 사람 사이의 일이라는 걸 깨닫게 된 계기였다.
저자는 무려 5번에 걸쳐 본부장이 주장한 ‘유꽃비 신파 브이로그’를 결국 받아들이기도 했다. 신파극은 내키지 않았지만 직장인으로서 작게나마 회사의 위기를 반전시킬 수 있는 힘을 기대한 채. 그래서 가치관도 희생했고 말이다. 당시엔 우여곡절 끝에 찍은 브이로그도 별다른 효과를 보진 못했지만 꼭 1년이 지나 <유 퀴즈 온더 블.럭>에 출연하며 지난 브이로그마저 덩달아 관심을 받았으니 세상만사 무조건 나쁜 것은 없나보다. 회사에서 가치관을 희생해야 하는 순간이 생기면 무조건 반기를 들 게 아니라 길게 생각해보고 결정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송사에 휘말려 팀원들이 벌금형에 처해질 위기가 생기자 팀장이었던 저자는 돈 때문에 팀원들과의 신의를 저버릴 수 없어 모든 책임을 지겠다고 한 모습도 멋졌다. 회사가 확답을 미루고 있을 때, 팀장으로서 팀원을 책임지는, 믿고 의지할 수 있는 팀장. 능력 있는 팀장보다 더 끈끈한 인연일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멘탈을 부여잡고 직장 생활을 하기 위해 적당한 남 탓을 하는 것도 나쁘진 않다고 이야기했다. 슬프게도 착한 사람이 손해볼 수 밖에 없는게 조직생활이다보니 너무나도 착해 결국 퇴사한 자신의 직장선배의 예를 들며, 정신 건강을 위해서도 적당한 수준의 남 탓은 필요하다는 것이다. 예전 관리자였던 B와 같은 빌런 중 빌런과의 에피소드도 혀를 내둘렀다. 어딜가나 인격적으로 모독하는 사람은 있으니 그를 반면교사 삼아 그보다 훨씬 나은 사람이 될 수도 있을 거란 생각으로 버티자. ‘고작 저딴 인간 때문에 회사를 그만둘 순 없다’ 는 생각으로!
느낀 점은 직장 생활도 사람관계가 무척 중요한 집단이라는 것이다. 일 자체의 중요성 못지 않게 사람과 사람사이의 관계가 녹록치 않다면 너무 고달픈 게 회사라는 조직이다. 될놈의 마인드를 장착하고 저자가 조언한 대로 내공을 쌓자. 단단한 그 내공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