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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일을 지키고 싶은 엄마를 위한 안내서 - 인터뷰집
마티포포 지음, 정유미 외 엮음 / 포포포 / 2021년 4월
평점 :
내 일을 지키고 싶은 엄마를 위한 안내서
큰아이가 4살이고 둘째가 지금 배 속에 있다. 곧 아이 둘 엄마가 되면 난 ‘양 다리에 모래 주머니가 묶여있는’ 느낌이 들겠지? 한 직장에서 20년간 존버한 인터뷰이 이혜선님의 이 말이 예사롭게 들리지 않았다. 나도 지금 워킹맘이고 시어머니께 아이를 맡기고 있는 중이다. 현실이 녹록지 않다. 이 책 <내 일을 지키고 싶은 엄마를 위한 안내서>은 10명의 엄마들의 인터뷰집이다. 엄마들의 서사를 담아 다양한 내용을 접할 수 있어서 유익했다. 프리랜서 엄마, 육아로 인한 경력 공백을 겪은 뒤 다시 일을 시작한 엄마, 싱글맘, 수많은 이직을 거친 엄마 등등. 그들의 절실하고도 현실적인 조언과 답변들이 내 마음을 긁어주는 듯했다.
퇴근하고도 집에 들어가면 다시 2차 출근하는 기분이 드는듯한 요즘, 더욱 지쳐있어서 공감이 많이 되었는지도 모른다. 월급의 대부분을 아이를 봐주시는 시부모님께 드리는데도 항상 죄송하고 아이에겐 죄책감이 있었는데, 최유진님은 아이들이 극단적으로 엄마를 필요로 하는 시기는 생각보다 짧다며 당사자인 엄마는 너무 힘들지만 딱 그 시기를 넘기면 분명히 편해지는 시기가 온다고 버티라고 응원했다. 지금 그 시기를 겪고 있는 나라서 더 마음이 꿈틀거렸는지도 모른다. 다양한 일을 겪어본 이에게 일이란 무엇인지 물어보니 그녀는 경력이 중단되기 전엔 보이는 것들이 중요했지만 지금은 사람이 더 중요하다고 말해주었다. 연봉이나 직급보다 퀄리티 있는 교류의 장. 역시 사람은 관계의 동물인 것 같다.
7세 자녀 한 명을 둔 밀키베이비 일러스트레이터 작가 우영님의 일과 육아 밸런스가 무너졌던 지옥을 지나온 에피소드도 인상 깊었다. 아이가 2~3살 무렵 카카오를 퇴사했었다. 먼 통근 거리에 몸도 힘들고 아이도 어려서 자괴감도 너무 컸다고. 육아도, 일도 100% 할 수 없다는 그 자괴감 때문에 괴로운 날들의 연속이었던 듯하다. 그러다 재택근무와 유연근무가 가능한 회사에 재취업했고 지금도 물론 일과 가정의 양립이 완벽한 건 아니지만 전처럼 지옥은 아니라 하니 다행이다.
엄마라는 타이틀엔 사회의 편견이 많은 것 같다. 이미 충분하게 열심히 치열하게 하고 있는데 그 편견에 맞서 더 열심히 해야 하니 힘들어지는 것이 아닐까? 결혼과 출산으로 여성의 삶은 정말 생각지도 못하게 바뀌는 것 같다. 10명의 인터뷰이에게 공통적으로 던진 질문 ‘엄마가 계속 일할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꼭 개선되어야 할 점이 무엇인가?’ 에 대한 대답을 읽어보는 것도 쏠쏠한 의미가 있다. 요즘같이 맞벌이가 일상이 된 작금의 시대엔 엄마의 일이 혼자만의 외로운 싸움이 되지 않기를 모두가 바라고 응원해야 마땅할 것이다. 10명의 인터뷰이 엄마들 모두 저마다의 방식으로 하루하루 버티고 살아온 점을 존경하며 이 평범한 서사가 나와 같은 이에게 얼마나 위로와 응원이 되는지 깊이 감사하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