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 100층짜리 집 (미니 보드북) 100층짜리 집
이와이 도시오 글.그림, 김숙 옮김 / 북뱅크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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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100층짜리 집 미니

 

  오늘 책을 읽어보니 얼마 전에 본 영화 소울본편 상영 전 보여 준 픽사의 단편영화가 생각났다! 제목은 ‘burrow()’ 이었는데, 땅굴을 파고들어 온 토끼가 자신의 보금자리를 꿈꾸며 삽을 떠 작업을 진행하려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땅속에서 두더지, 생쥐 등 다양한 동물들을 만났지만 자신의 설계도를 보여주긴 부끄러워 도망치듯 내려가다가 지하수를 건드려 물이 범람하고, 동물들의 도움으로 물길을 터 지상으로 무사히 나오는 장면이 그려졌다. 땅속의 모습을 보며 상상력이 풍부해지는 기분이었다.

 

  미디어 아티스트 이와이 도시오의 <지하 100층짜리 집> 또한 지하 100층에서 잔치가 열린다는 설정으로 만든 지하 1층부터 100층에 이르기까지 살아 숨쉬는 새로운 감각의 숫자 그림책이었다. 소녀 는 목욕을 하다가 욕조에서 누군가 고개를 내밀고 잔치에 초대한다는 말을 듣는다. 이내 목욕물 속으로 사라진 누군가는 책 끝에 보면 100세가 되신 거북 할머니의 손자였다. 어쨌든 쿠는 호기심에 화산 기슭에 도착해 주변을 두리번거리다가 땅 아래로 쭉 미끄러져 빨려 들어간다. 상추를 심고 있는 토끼를 지하 1층에서 만날 수 있었다. 쿠는 아래로 아래로 이어진 계단을 내려가며 층마다 살고 있는 동물들을 만날 수 있었다. 지하 9층에선 토끼들이 당근으로 덧셈과 뺄셈을 배우고 있었고, 지하 11층부터 지하 20층까지는 너구리가 살고 있었는데 진흙탕에서 신나게 노는 그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쿠는 이내 매미 애벌레가 살고 있는 지하 21층으로 내려갔다. 어른이 되었을 때 부를 멋진 노래를 연습하고 있는 애벌레들과 함께 맴 매앰 맴!” 따라 하는 쿠의 모습이 귀여웠다.

 

  일러스트는 아이들의 호기심과 상상력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땅속에선 어떤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지 귀여운 그림과 함께 확인할 수 있었다. 공벌레가 낙엽을 돌돌 말아 떡을 만들고 있는 장면, 잔치에 가는 것이니 옷을 빌려주겠다는 개미의 말에 옷을 입었더니 옷에 팔이 여러 개 있는(개미 맞춤형) 장면, 개미들이 개미 애벌레들을 동심의 세계에서 돌보는 것 같이 놀이공원에서 보았던 그 놀이기구에 태워 놀아주는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지렁이와 고슴도치를 지나 꽤 아래로 내려온 쿠는 지하 71층에서 화석을 찾고 있는 도마뱀을 만나기도 하고, 이젠 손전등이 필요할 정도로 깜깜해진 지하 81층부터 살고 있는 두더지들은 금을 캐 목걸이를 만들기도 했다. 지하 91층엔 거북이 살고 있었는데 화산열로 뜨거워진 온천에 몸을 담그고 있었다. 쿠를 초대한 거북을 만난 것도 여기였다. 곧 함께 지하 100층에 도착해 거북 할머니를 만나 생신을 축하드리고 쿠는 거북 할머니의 등딱지를 씻어드렸다. 반짝거리는 등딱지를 보고 할머니는 기뻐하셨고 지하 동물들과 케이크를 먹으며 잔치를 즐겼다. 마지막에 쿠를 지상으로 바래다주는 장면도 재밌었는데 바로 거북 할머니 등에 올라타 온천 물길을 따라 눈 깜짝할 사이에 호수 위로 솟아오른 것이다. 마치 고래가 숨구멍 위로 분수처럼 물을 뿜어내듯이! 지하 100층에서 지상으로 언제 걸어 올라가나 혼자 걱정했던 건 기우였다. 이 기발한 지하세계의 모습은 상상력 가득한 일러스트를 구경하는 재미와 함께 눈을 뗄 수 없었다. 매우 흥미로운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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