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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품책
퍼트리샤 헤가티 지음, 테레사 벨롱 그림, 노은정 옮김 / 스마트베어 / 2021년 3월
평점 :
하품책
동물의 왕국을 보면서 사자가 커다란 입을 쩍 벌리고 하품을 하는 모습을 발견할 때면 웃음이 나곤 한다. 나른해 보이기도 하고 이내 눈을 끔벅 감는 모습이 영락없이 잠을 청하기 일보 직전 같다. 하품의 정의를 보면 졸리거나 힘들거나 배가 부르거나 할 때 저절로 입이 벌어지면서 하는 깊은숨을 뜻한다. 누군가 지루한 얘기를 계속할 때도 너무 무료해서 일어나는 무의식적인 호흡 동작이기도 하다. 우리 아이도 잠자리에 들기 직전엔 그 조그만 입을 동그랗게 벌려 크게 하품을 한다. 그때를 놓칠세라 나도 하품을 따라 하며 꿈나라를 가자고 재촉하는데, 더 놀고 싶은 아이는 하품을 하면서도 졸음을 참고 자꾸 자지 않고 놀려고만 해서 재우기 쉽지 않았다. 그래서 오늘 본 이 <하품책>이 더욱 반가웠다.
익살스럽고도 사랑스러운 일러스트로 가득한 이 그림책은 하품을 멈출 수 없는 아이부터 온 동네 사람들, 강아지와 고양이 할 것 없이 너도나도 하품이 번져가는 모습을 그렸다. 농장까지 번져 엄마 소도 아기 양도 온 세상이 잠들 때까지 하품이 자꾸자꾸 퍼져나간다. 하품이 온 세계를 빙글빙글 돌며 썰매를 끄는 사슴들이 사는 북극에도, 피라미드가 솟아있는 이집트에도, 하늘 위 비행기와 바다 위 유람선에도 끝없이 하품을 하는 이들이 그려져 있다. “하아아아아암!” 하품은 달리는 기차와 버스 안까지도 퍼지고 북극곰과 펭귄도 하품을 하며 졸려서 어쩔 줄 모른다. 달나라로 향하는 로켓 안에서도 하품은 예외 없이 퍼져 달과 수많은 별들, 그리고 외계인들까지 하품을 하고 있다. 책은 지루하지 않게 하품이 퍼지는 모습을 다양한 페이지의 크기와 뚫린 구멍으로 호기심을 자극했다. 그림을 보고 있으면 나도 모르게 하품을 하면서 눈이 감기는 것 같다. 아이는 드디어 모든 이들에게 퍼진 하품이 만족스러운 듯 자신도 잠자리에 든다. 스르르 눈을 감고 “하아아아아아아아암!” 이라고 길게 소리를 내며...
느릿느릿 책을 읽어주면 아이도 어느새 하품에 전염되어 새근새근 잠들 것만 같다. 모두 자고 있으니 자신도 자야만 하는 은연중의 압박이 되기도 하고 자장가처럼 하품 소리를 내며 일러스트들의 하품하는 모습을 보니 금방이라도 꿈나라로 향할 것 같아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