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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과 수다와 속삭임 - 보다, 느끼다, 채우다
고유라 지음 / 아이템하우스 / 2021년 4월
평점 :
그림과 수다와 속삭임
지금은 자주 갈 수 없지만 한때는 미술작품을 전시한 전시회를 많이 보러 다녔다. 고흐, 모네, 르누아르, 모딜리아니, 샤갈 등 다양한 작품이 국내에 전시될 때 시간과 장소를 마다 않고 두루 보러 다니며 힐링하곤 했다. 오늘 읽은 책을 보니 그때 생각이 나서 많이 그립다.
그림을 감상한다는 건 마음의 여백을 채우는 것이라고 했다. 요즘 같은 봄에서 여름으로 넘어가는 계절엔 생동하는 봄의 환희와 푸르른 초록빛 자연을 만끽하고 싶다. 작품을 통해서라도 말이다. <그림과 수다와 속사임>엔 140여 편의 서양명화가 수록되어 있다. 인상주의, 추상주의, 표현주의와 서정풍경화, 사실주의 등 다채로운 저만의 색과 감성을 형상화해냈다.
난 카스파르 다비트 프리드리히를 좋아한다. 특히 ‘안개바다 위의 방랑자’를 보며 그에게 있어 ‘그린다’ 는 행위가 자연에 대한 성찰임을 깨달았다. 삶의 의미와 묵상의 표현을 자연을 묘사하며 나타냈다. 바위에 우뚝 서서 거칠게 부서지는 파도와 맞서 생각하는 인간. 그의 뒷모습만으로도 표정을 알 수 있을 것만 같다.
한편으론 처음 보는 작품도 발견하는 기쁨을 느낄 수 있었다. 피에르 오귀스트 콧의 ‘사랑의 봄’ 이란 그림은 그네 기댄 사랑하는 두 남녀의 주위로 환한 아지랑이 같은 봄이 빛나고 있다. 옅은 초록과 연한 연분홍이 어우러진 풋내 나는 서투른 연인들의 색을 오롯이 느낄 수 있다. 당시 이 그림은 사람들에게 ‘아름다움’ 의 상징 같은 그림이었나보다. 파리살롱에서도 크게 주목했고 여전히 서양인들 사이에선 ‘귀여운 연인들’ 의 표본으로서 자신의 마스코트 그림으로 많이 애용한다고 한다.
귀스타브 쿠르베의 ‘안녕하세요 쿠르베 씨’ 란 작품은 쿠르베가 그의 후원자인 알프레드 브뤼야와의 만남을 그린 작품이다. 존경을 표하는 후원자와 달리 남루한 옷차림에도 불구하고 머리를 삐딱하게 쳐들고 콧대 높은 자세로 그를 맞는 쿠르베의 모습이 대조적이다. 그 당시 역대 거장들이 드러냈던 예술가로서의 자존심을 쿠르베다운 표현으로 재현한 그림일까? 마치 자존심이 구겨지면 끝장 다 봤다는 화가의 오만함이 우릴 미소짓게 한다는 해설이 재미있다.
마치 도슨트의 흥미로운 설명과 함께 작품을 감상하고 있는 느낌이다. 작품에 대한 지식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 보는 감상과 설명을 듣고 보는 감상은 그 차이가 매력적이다. 아름다운 그림 속에서 길 잃은 행복한 감성주의자가 되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