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생활 건강
김복희 외 지음 / 자음과모음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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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목이 주는 호기심과 내 또래 여성시인들의 일상이 궁금해 펼쳐들게 된 책이다. 생활건강에세이라. ‘일상에서 작고 아름답고 반짝이는 것들을 찾아내며 살고 싶은 시인들이 모여 건강한 생활에 대해 생각을 글로 정리한 책이란 소개글을 읽으며, 왠지 시인들은 나같은 범인(凡人)과는 달리 건강엔 취약한 정신집약노동자란 생각에 물음표를 떼지 않은 채 살펴보았다. 시국이 시국이니만큼 만연된 코로나블루현상을 함께 겪으며 서로 위로하고 공감하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정말 시의적절하다!

 

  책을 신청할 때부터 유계영 시인의 글이 제일 궁금해 먼저 발췌해 읽어보았다. 제목은 <몸 맘 마음>이다. 첫 문장부터 뼈를 때린다. ‘거울 앞에 서면 알게 된다. 나를 사람 구실하게 만들어준 멀쩡한 육체는, 타인의 정성과 수고가 만든 것이다!’ 라고. 그랬다. 그녀의 어머니 또한 그녀가 스무 살 성인이 될 때까지 한입 크기로 조미김에 싼 밥이나 국에 만 밥 한 숟가락을 가수면 상태에서 머리를 말리는 딸의 입에 넣어주었더랬다. 나도 어릴 적부터 지금까지 울엄마표 음식과 간식을 생각해보면(물론 지금은 현저히 줄었지만) 번거로운 튀김 고로케부터 내가 제일 좋아하는 양념통닭(치킨보다 정겨운 발음이다)에 이르기까지 수고로움을 마다하지 않았음을 느끼게 된다. 오늘도, 입덧이 심한 딸에게 한입이라도 먹이고 싶어 내가 먹고 싶은 잡채를 해준다며 퇴근 후 들르라는 친정 엄마의 전화가 눈물나게 고마웠다. 제일 마음에 드는 문장은 이것이다. ‘나에게 엄마 자국이 많다. 웃을 때와 울 때의 입매. 사랑을 시작하면 좋은 먹이부터 챙겨주려는 습성.’ 왜 자꾸 눈물이 나는지 모르겠다.

 

  뉴노멀이 될 양손잡이라 소개한 강혜빈 시인의 <미안하지만 아직 안 죽어>. 자신을 K로 표현한 에세이가 인상적이다. 이번 생은 계획형 인간으로 설계되었다며 사실 즉흥적인 인간이었던 시절도 있었지만 직장 생활을 하면서, 다시 말하자면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진화한 것이라 했다. 업무를 시작하기 전 시간대별로 계획을 세우고, 스케줄을 관리한다. 퇴근 후엔 아무 데나 서서 구름을 오랫동안 본다는 그녀는 커다란 고목을 발견하곤 거대한 세계에 마주한 기분이 들어 압도되고 빨려 들어간다는 기분이 들어 몸과 마음이 소진되곤 했단다. 그럴 땐 일부러 나무를 피해 걷다 자꾸만 그것이 무언의 신호를 보내는 것 같아 나무를 보고 시를 쓴 적이 있다고 했다. 역시 시인이다. 5가지 직업 인간의 생활을 지나 과도기 인간을 거쳐 안정 인간의 생활에 다다른 K. 어느 날 퇴사를 결심하고 낯선 종류의 자유로움을 경험하는 모습은 나도 느끼고 싶은 감정이다. 모든 것이 0에 수렴하는 그 느낌은 어떤 것일까. 여전히 세계를 밀어내고 있지만, 동시에 나아가고 있다는 문장이 와닿았다. 스스로 체감하는 매우 가벼운 나를 느끼고 싶다!

 

  10명의 시인들이 보내준 사진 한 장을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독자인 내가 꼭 사진에 의미를 부여하고 싶은 기분이 든다. 에세이지만 시인의 글이기에 시처럼 느껴지는 걸까? 책을 계속 곱씹고 내내 손에 들고 다니고 싶은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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