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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사랑은 당신을 닮았다 - 나를 몰라서 사랑을 헤매는 어른을 위한 정신과의사의 따뜻한 관계 심리학
전미경 지음 / 더퀘스트 / 2021년 4월
평점 :
당신의 사랑은 당신을 닮았다
수많은 인간관계가 있지만 그 중 꽤 유의미한 관계로 연인과의 관계를 들 수 있다. 그만큼 어렵고도 상처받기 쉬운 관계이기도 하다. 성숙한 사랑에 관한 이번 책을 쓴 저자 전미경 작가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로서 ‘나의 사랑’은 나와의 관계 맺음의 또 다른 모습이라고 말한다. 분명 우리가 좋은 사랑을 하게 될 거라 확신하는 저자의 이야기를 귀담아 들어보자.
응원의 프롤로그를 지나 목차를 보니 꽤 눈길을 끄는 문장이 많이 보였다. 그 중 <수치심을 나누는 것도 사랑의 일부다>, <우리가 모르고 있던 좋은 연인의 조건>, <그렇게 마음 아프고도 다시 사랑을 하는 이유> 등이 눈에 띄어 먼저 발췌해 읽어보았다. 우린 가장 사랑하는 나의 연인에게는 항상 최고의 모습만 보이고 싶어한다. 그래서 나만 알고 있는 내면의 깊숙한 수치심은 드러내기가 어렵다. 대표적으로 가족사가 그렇다. 막노동을 하는 아버지의 직업을 드러내기 어려워 건설업에 종사한다고 대답하는 누군가의 말처럼 콤플렉스는 나를 연인 앞에서 한없이 작아지게 만든다. 수치심이란 ‘타인’의 시각으로 나를 보았을 때 드는 모욕적이고 당황스러운 느낌이다. 즉 연인을 타인이라 생각할 때 느끼는 것이다. 하지만 연인이 된다는 것은 나의 또 다른 ‘자아 확장’ 이라고 작가는 말한다. 더 깊고 친밀한 사이가 되기 위해서는 연인 사이의 자기 공개가 필수다. 그가 진짜 내 인연이 맞다면 원래 모습을 기꺼이 받아줄 것이며 단점과 부족한 면까지 감싸 안으며 가겠다는 모습을 보여줄 것이다. 그가 자신의 세계 안에 당신을 들여놓았기 때문이다. 연인은, 장점과 단점을 모두 가지고 있는 또 다른 ‘확장된 나’라는 생각을 가져보자. 무조건 숨기고 회피하는 것이 정답은 아니다. 나의 수치심을 드러낼 만한 모습에 나를 탐탁지 않아 하는 연인이라면 나의 인연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미국의 대다수 여성들은 연인을 고를 때 가장 중요시하는 요소로 ‘유머 감각’을 꼽는단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외모, 성격, 능력을 벗어나지 못하는 것 같다. ‘호모 루덴스’ 라고 불리는 유희의 인간인 우리들은 즐거움을 같이 할, 친구보다 좀 더 특별한 인간관계인 연인 사이에서 이 놀이나 유희의 성향을 좀 더 중요시 여길 필요가 있다. 이것은 유머 감각으로 나타나며 세상을 바라보는 세계관에 바탕을 두고 있다. 즉, 본인의 긍정적 기질의 정도가 부정적 사건을 어떻게 해석하는지가 관건인 것이다. 여러 외적인 요소와 문제보다도 서로 얼마나 ‘잘 노느냐’ 에 달려있는 것이 연인의 중요한 조건이라고 해도 무방하다. 같이 시간을 보낼 때 유머 코드가 안 맞는다면 얼마나 지루하겠는가!
이 책에 나오는 흥미로운 단어 중 ‘몰입’ 이 있었다. 주로 음악, 스포츠 등에 관해 작업, 연습을 할 때 몰입상태에 빠지는 것처럼 이 위대한 몰입을 ‘인간에 대해’ 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사랑이다. 그렇게 마음 아프고도 다시 사랑을 향하는 이유가 이것이다. 이 몰입 경험이 우리가 삶에 열중하고 주도적으로 살도록 하며 내 자신이 가치 있는 존재라고 느끼게 한다는 점이다. 결국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사랑하고 있는 ‘나’를 사랑하는 것과 동일한 것 같다. 헤어진 연인을 그리워하는 것도 그 대상을 그리워하는 것보단 그 시절의 ‘자신’을 그리워하는 것이 아닐까?
수만 명을 치유해 온 정신과 전문의의 심리학 이야기를 듣고 있으니 나 자신을 좀 더 알아가는 느낌이 들었다. 제목대로 나의 사랑은 나를 ‘닮았다’. 사랑이 어려운 이들은 자신을 좀 더 알아가는 일에 관심을 쏟길. 누군가를 사랑하는 것의 전제는 먼저 나 자신을 사랑함에 달려있음을 깨닫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