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책 없이, 요르단 - 회색 도시를 떠나 푸른 밤과 붉은 사막으로, 컬러풀 여행
김구연.김광일 지음 / 이담북스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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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책 없이, 요르단

 

  책 중에서도 대리만족을 가장 크게 얻을 수 있는 분야는 단연코 여행에세이인 것 같다. 특히나 요즘과 같은 코로나19 상황에선 쉽게 여행을 떠날 수 없는지라 더더욱. 젊은 방송국 기자 둘의 대책 없이 떠났던 요르단의 기록을 이 책에서 생생히 읽을 수 있어 감사하다. QR코드 스캔 애플리케이션을 활용한 것도 한 수. 그들이 찍은 날 것의 영상을 감상하기에 더없이 적절하다.

 

  요르단이란 나라는 사실, 독자인 나에게도 익숙하지 않은 곳이었다. 그들의 말마따나 머릿속 세계지도에 흐릿한 곳, 중동으로란 표현이 딱 맞았다. 덥고 불편한 여행을 사서 고생하고 싶은 여행자들이라면 요르단에서 겪은 일주일의 생생한 기록을 읽으며 방구석 사막여행을 먼저 다녀올 수 있을 것이다. 지리적 거리보다 심리적 거리가 더 먼, 이 매력적인 중동 국가 요르단. 알라딘과 인디아나 존스의 무대인 이곳은 국회 출입 기자 동갑내기 두 남자의 모험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요르단에 도착하자마자 택시 호객꾼들에 둘러싸인 그들은 렌터카의 로망을 포기하고 싶지 않아 택시투어를 거절했다가 호되게 당한다. 숙소 앞까지 도심의 차가 막힌다는 핑계로 걸어가는게 더 빠를 것이란 기사는 그들을 떨궈놓고 떠났다. 겨우 당도한 호텔의 룸 컨디션도 형편없었고 대학생도 아니고 꼭 이런 곳에서 극기 훈련 같은 시간을 보내야겠냐는 말에도 걱정보단 기대가 컸다는, 진정한 모험맨. 다음날은 이스라엘 사람인 칼리드란 택시기사를 만나 53년의 타지생활의 비극을 듣는다. 4차례의 중동전쟁이 칼리드를 고향 이스라엘로 돌아갈 수 없게 만들었다고.

 

  구연과 광일 그들이 고프로를 먹통이 되게 만든 사해에서의 에피소드도 흥미로웠다. 나같이 수영을 못하는 이들도 몸이 물에 둥둥 뜬다니 신기할 노릇이다. 여기선 누가 물에 빠진 것이 해외 토픽감이라 하니까. 다만 균형을 잡는 건 조심해야 한다고. 바닷물이 눈에 들어가면 극한의 고통을 맛볼 수 있다니 조심하자. 트레킹이라 해서 만만히 봤던 와디무집 어드벤처.허리까지 올라와 있는 수심은 사진으로만 봐도 꽤나 겁이 났다. 물줄기가 양옆에서 사정없이 떨어지는 폭포와 같은 굉음이 들리는 듯했다. 그래도 개구지게 인생샷을 찍는 모습이라니. 역시 젊다!

 

  페트라를 오를 때 탔던 동키 이야기는 마음이 좀 아팠다. 이 거칠고 장엄한 유적지를 둘러보려면 동키를 이용해 계단을 오르는 게 일반적이다. 다만 이 본격적인 등산로에서 목동의 채찍질을 견디며 무거운 손님을 등에 업고 산을 타는 동키에게 미안한 마음이 많이 든다고. 붉은 모래 언덕 와디럼 사막에선 샌들이 금지란다. 샌들 사이로 모래가 들어가면 화상을 입을 정도란다. 한여름 와디럼의 햇볕은 가히 살인적이라 최고 36도를 웃돈다니 맥반석처럼 뜨겁게 달궈진 모래에서 신발은 제대로 갖춰 신을 것. 또 다른 팁이었다.

 

  두 청년의 대화체가 실시간으로 들리는 듯했다. 곳곳에 삽입된 그들의 사진과 여행 풍경도 여느 여행에세이에선 볼 수 없는 중동 국가만의 매력을 더했다. 여행은 서서 하는 독서라 하였던가. 그들의 이야기를 통해 가보지 못한 곳에 대한 동경과 함께 힐링 또한 얻을 수 있었다. 유쾌한 여행자들 덕분에 회색 도시를 떠나 푸른 밤과 붉은 사막으로 컬러풀한 여행을 다녀온 느낌이 들어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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