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은 그를 귀찮게 해 - 생존을 위해 물음을 던졌던 현직 기자의 질문법
김동하 지음 / 이담북스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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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은 그를 귀찮게 해

 

10여 년 전 이맘때였나? 100년 만의 폭설 대란이 발생했고 그해 아침 폭설현장에서 고스란히 눈을 맞으며 뉴스를 전한 기자가 있었다. 이름하여 박대기 기자. 머리와 어깨에 눈이 수북이 쌓인 모습이 화면에 잡혔고 누리꾼들은 박 기자의 눈사람같은 모습을 보며 많은 관심을 보냈다. 격려 메일만 1,500통을 받았을 정도라니 얼마나 지지를 받았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몇 년 전엔 인터넷 뉴스기사를 살펴보다가 남기자의 체헐리즘이라는 기사를 보았다. 머니투데이의 남형도 기자의 기사였는데 말 그대로 체험을 통해 에세이같은 장문의 기사를 쓰는 것이었다. 수습기자였을 때는 휠체어를 타고 서울시내를 다니며 장애인의 심정을 알고 싶었단다. 뭐든 직접 해보니 다르더라는 소감과 함께 체험해 깨닫고 알리는 기획 기사를 써보기로 했다는 남기자는 사서 고생하며 현장 곳곳을 누볐다. 코로나19로 인해 아이들이 찾지 못해 힘든 시간을 겪고 있는 성북동의 오래된 문방구에서 산 장미꽃 카드에다 응원을 적어 문방구 주인에게 건넨 기자의 모습이 아름다웠다. 그의 기사는 사진과 함께 블로그를 보는 듯했다. 이런 형태의 기사도 있구나 싶었다.

 

오늘 읽은 <질문은 그를 귀찮게 해> 의 저자 또한 기자다. 정치부 기자였다. 기자가 된 지 10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질문이 어렵다는 그는 묻기를 업으로 하는 저자의 경험과 이야기를 중심으로 이 책을 이어나갔다. 단지 기자라서 질문의 속성과 본질을 다룬다면 오산. 그는 단언컨대 질문은 누구나의 삶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으며 질문을 어떻게 대하느냐에 따라 삶의 결이 달라진다고 말했다. 내성적인 성격에도 불구하고 질문을 업으로 하는 기자가 되기까지의 사연과 질문의 모든 것에 대해 알아볼까?

 

질문은 삶의 자세와도 연결된다. 아이들을 보면 수없이 질문하고 묻는다. 삶이 의욕으로 충만해 있을 땐 일거수일투족에 관심이 가기 마련이다. 저자는 최진석의 <탁월한 사유의 시선>을 소개하며 질문이 일어나려면 우선 궁금증과 호기심이 발동해야만 한다.” 라고 말했다. 질문자보다 대답하는 사람이 우위를 점하고 있기에 저자가 국회에서 만난 정치인들 역시 묻는다고 순순히 대답하는 의원은 하나도 없었다고 말했다. 그리하여 질문에 대한 대답을 듣기 위해선 평소 친밀도를 구축해놓아야 하는, 일종의 기브 앤 테이크의 본질을 꿰뚫고 있어야 한단다. 4파트의 목차 중 세 번째 파트인 <질문, 어떻게 해야 할까?> 가 이 책의 핵심같다. 준비한 만큼 물을 수 있고, 준비해도 안 될 때 낙심하지 말아야 할 이유, 현장에서 터득한 질문 기술과 질문을 방해하는 요소들에 대해 자세히 나와 있었다. 특히 선문답, 되묻기, 의도를 가지되 티나지 않게 묻기 등의 질문 기술이 신선했다. 최선의 방어는 공격이라고 한다. 되받아쳐서 본인이 질문자의 위치로 돌아설 필요가 있을 때의 사례를 박지원 국정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후보자의 되묻기를 통해 보여주었다. 박지원 후보자는 청문위원의 계속되는 물음에 정중히 답변하기보다 되묻는 것을 택함으로 북한이 주적이 맞느냐 아니냐는 질문자의 프레임에서 주도권을 빼앗아왔다.

 

주입식교육에 익숙해 온 난 유대인의 하브루타 같은 토론 교육 방법이나 질문을 던지는 것에 어색한데 이 책을 통해 질문하는 삶이 주는 유용함이 무엇인지 조금은 깨달을 수 있었다. 취재 현장에서 터득한 질문의 기술을 보고 싶다면 김동하 기자의 이 책을 펼쳐보시라. 질문에 탄력이 붙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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