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일기 - 우리시대 문장가 안정효가 안내하는 성장과 성숙을 위한 사색의 문장들
안정효 지음 / 지노 / 2021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읽는 일기

 

  총 366일치의 일기가 실려있다. 성장과 성숙을 위한 현인들의 사색의 문장들이 가득하다. 저자의 안내대로 스스로 하루 한 꼭지씩 읽고 읽는 이 스스로 자신의 일상을 돌아보아도 되고 하루에 하나씩 글 뭉치를 골라 읽어도 되고 소설처럼 내리 읽어도 좋다. 인생의 열두 고개처럼 시간의 흐름에 맞춰 배열을 하긴 했으나 두서없는 것이 세상살이인지라 순서에 얽매이지 않아도 된다는 뜻이다.

 

  쓰는 일기와는 다르게 읽는일기는 무엇일까? 인생을 살피는 안목을 다각도로 넓혀 선택의 상대적인 정확성을 도모해보려 한다는 저자는, 이 책의 목적을 한 두 가지의 소수의 정답을 추려내 소개하기 보단 모순의 전시장인 인생에서 이율배반적인 전제를 받아들이며 자신에게 알맞은 인생 지침을 찾기 바란다고 설명했다.

 

  아이를 키우다보니 교육, 육아에 관심이 많은데 읽는 일기에도 그것에 대한 언급이 곳곳에 나와 있었다. 시드니 J. 해리스는 교육의 가장 큰 목적은 거울을 창문으로 바꿔주는 작업이다라고 이야기했는데, 거울에 갇힌 내 시야에서 창밖의 세상을 탐험하기 위해선 관찰과 자유로운 판단능력배양이 필수적이다. 아이의 자립심을 배양하는 것은 부모와 자식 간의 공동 작업이라 함께 풀어야 하는 숙제와도 같다. 저자는 아주 작은 상황들을 통해 미리 부모가 집에서 자식에게 자결권의 행사를 학습시켜야 두 세대의 동행이 수월하게 진행된다고 조언했다.

 

  학창 시절의 권위적인 교사가 생각나기도 했던 대목은 마르쿠스 툴리우스 키케로의 명언에서 점화되었다. ‘가르치는 자의 권위는 배우기를 원하는 자에게 걸핏하면 방해가 된다는 이 말. 교실에서 하향식으로 일방적 전달에 익숙한 가르침에 펀치를 날리는 말이다. 지금 시대는 무엇을 안다는 정도로만은 자랑이나 권위를 세울 수 없게 되었다. 지식을 주관적으로 해석하는 권리를 제자에게 용납하지 않는다면 독선적인 권위주의자가 되기 십상이다. 서양에서 꾸준히 바꿔오던, 설득과 토론의 화법이 절실한 때이다.

 

  발췌해서 읽고 싶은 대목부터 읽으니 숨은 명언을 찾는 재미에 푹 빠졌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대사처럼 빨랑빨랑 갈수록 더듬더듬 늦는다니까와 같은 하얀 토끼의 깨달음도 무릎을 탁 치게 만든다. 선행학습을 추구하는 일부 학부모들처럼 한국말도 제대로 못하는 아이에게 외국어를 가르치는 건 자랑할 일이 아니다. 실생활에 사용할 기회나 필요조차 없는 영어를 유치원에서 미리 배운다 한들 우리말의 지식 섭생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이상 이 가짜영어는 원어민들의 비웃음을 사기 쉽다. 빠르다고 좋은 게 아니다.

 

  이렇듯 지혜롭고 슬기로운 통찰의 일기를 통해 인생의 여러 문제들에 대해 저자가 던지는 화두를 잘 살펴보자. ‘인생이란 지우개 없이 그림을 그리는 예술임을 안다면 우리네 삶은 좀 더 감동적일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