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행가들
김형수 지음 / 자음과모음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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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행가들

 

  최근 우연히 tv프로그램을 돌리다가 전설의 무대 아카이브K’ 라는 프로그램을 보았다. 대한민국 대중음악의 역사를 전설의 가수들이 펼치는 라이브 무대와 영상, 토크로 기록하는 초대형 다큐음악쇼라고 소개되어 있었다. 1회를 보았는데, 한국형 발라드의 계보를 정리해주었다. 이문세와 변진섭, 임창정, 조성모 등 역사상 단 한 번도 한자리에 모을 수 없었던 발라드 전설들이 펼치는 감동의 무대에 넋을 놓고 보았다. 이렇듯 음악은 세대를 초월하여 감동을 주는 맛이 있다. 오늘 읽은 서평 도서 유행가들1980년대 민족 문학을 이끌어 온 논객인 저자가 시대를 관통한 유행가들에 대해 이야기하며 그 속의 정서와 사회상을 말해주었다. 일제강점기부터 1990년 때까지 매우 폭이 넓다. 여기엔 신민요와 트로트, 청년문화, 록 음악, 댄스뮤직까지 다양했다. 윤심덕도 나오고 송창식과 서태지와 아이들까지 나온다. 시대정신과 감수성을 짚어내는 저자의 풍성한 철학과 유행가들에 관한 에피소드가 무척 재밌다. 특히 윤심덕은 예전에 드라마 사의 찬미에서 김우진을 연기한 이종석과 윤심덕을 연기한 신혜선의 케미가 돋보여 그들을 다룬 책까지 찾아볼 정도였다. 1926년에 발표된 번안가요인 사의 찬미는 조선 최초의 성악가였던 윤심덕에 의해 10만 장의 판매 기록을 세운 유작이었다. 각설하고, 이 책을 이름 없이 살다간 유랑극단의 가수들과 다방 디제이들, 최루탄 속에서 노래한 미중 가수들에게 바친다는 저자의 소회를 마주하며 페이지를 넘겨보자.

 

  유행가는 근대의 산물이었고 한국의 근대가 얼마나 잔인한 폭동 속에서 상처와 함께 자라왔는지는 유행가가 증명해주기도 한다. 저자가 태어났던 1950년대는 저물어가는 궁핍의 시대였고 당시 어울리던 이풍진 형의 십팔번은 사의 찬미였다고 한다. 시대적 교양을 한참 앞서가는 외국 가곡이 식민지 조선의 하류 문화에 합류된 사정은 무엇이었는지 자세히 기록되어 있다. 절망과 허무주의가 팽배한 일제 치하를 반영한 유행가는 우리 민족의 정서인 을 드러내고도 있었다. 저자는 한국의 지식인들이 우리 유행가의 수준을 낮잡아 본다는 느낌을 받았었다고 한다. 요즘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트로트 역시 우리 민족에게 아직 그 영향력을 잃지 않고 남아있다. 이를테면 반일의 노래인 목포의 눈물은 박정희 정권에 들어선 후 호남 소외라는 한국 현대사의 지울 수 없는 정치적 상처의 등가물로 재창조되었고, 조선인을 자극한다고 발매금지 처분을 받은 눈물 젖은 두만강1960년대 후반 반공 드라마 김삿갓 북한 방랑기의 주제곡이 되며 반공, 반북 노래가 되어버리기도 했다. 유행가의 사회학이 여기에 있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록 음악의 발달사에 빠질 수 없는 신중현은 독재 정권에서 문화적 대치선을 그었다. 박정희 찬가를 두고 생겨난 세속적인 갈등과 자신의 록 문화는 서로 융합될 수 없는 긴장 그 자체였을 것이다. 양희은의 앨범 자켓사진도 이 책에 삽입되어 있었는데 그 당시 당국의 퇴폐풍조 단속과 퇴폐가요 정화라는 명목 하에 여러 곡들이 금지곡이 되었고 양희은, 송창식, 이장희 등의 곡들이 얼토당토않게 금지되었다. 우스꽝스러운 금지 목록을 양산하는 꼴에 헛웃음이 난다. 1990년대 곡을 주로 들었던 나같은 세대로서는 이 책의 전반적인 큰 줄기인 그 시절들에 대한 유행가들의 의미를 환기할 수 있어 좋았다. 음악 역시 당대의 사회를 반영하는 데 매우 적절한 도구로 사용된 것이다. 마치 야사처럼 정사엔 언급하지 않았던 비화들까지 안 느낌이라 신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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