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할 일은 인생의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일뿐이다 - 주광첸 산문집
주광첸 지음, 이에스더 옮김 / 쌤앤파커스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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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할 일은 인생의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일뿐이다

 

요즘 삶이 참 힘들고 괴롭다. 전 세계적으로 전염병으로 인한 고난을 겪고 있고 이것이 인생에서 빨리 지나가길 기도하고 있다. 인생을 바라보는 시각이 오늘처럼 흔들리고 아플 때 아름다움을 발견할 수 있을까? 자문해본다. 중국의 현대 미학자인 저자 주광첸은 인생의 본질적인 아름다움을 발견하려면 적당한 거리를 두고 밖에서 바라봐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목적 없이 그 본연의 형상을 볼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소란스러운 사물 세계는 마음이 비워질수록 고요해지고, 우리 마음을 큰 거울처럼 닦아야 한다고도 말했다. 그가 생전에 남긴 수백 편의 산문들 중에서 34편을 엄선해 책으로 엮었다. 그의 지론이 담긴 깊은 이야기들이 생각에 잠기게 만든다.

 

책은 중국의 철학과 예술과 자연에 대한 미학이 많이 담겨있다. 쉽게 읽히진 않았지만, 어느 문장 하나 버릴 것 없이 소중했다. 인생의 아름다움을 경험하는 것이 무엇일까? 오늘도 펼쳐진 내 인생의 장면들을 다양한 색으로 채우는 눈을 가진 것이리라. 출근길은 매서운 바람에 살이 에는 듯했다. 코로나 19는 식을 줄 모르고 우울한 소식만 계속 들려와 발걸음은 내 마음을 천근만근 무겁게 했다. 당연하게 치부했던 일상의 소중함을 다시금 깨달았던 한해이다. 난 이제 과거를 돌아갈 수 없는 그 시간에 좀 더 즐겁고 기쁘게 살지 못했나 반성하게 된다.

 

주광첸은 인간의 복잡한 본성을 이야기했지만 결국 인간도 동물이기에 기본적인 성질인 움직임을 통해 비로소 즐거움을 찾을 수 있다고 했다. 동진 왕조의 기반을 다진 명장 도간은 좌천 후 아침마다 벽돌 100개를 밖으로 옮겼다가 안으로 들이는 일을 반복했다. 편하게 지내다 보면 할 일을 감당할 수 없게 될까 봐 이렇게 했다는데, 억울하게 좌천되어 낙담하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 후일을 위해 준비하고 움직이는 모습이 보였다. 저자는 피아노를 연주하건, 식물을 심던 쉼 없이 무언가를 해보길 권했다. 괴테도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써 내려가며 우울한 기운을 토해냈다. 슬픈 이야기일수록 마음이 시원해지는 경우가 이런 때인 것 같다.

 

라흐마니노프의 작품을 좋아하는데 그의 피아노협주곡 2번을 연주하는 피아니스트의 모습을 보면 음악과 물아일체가 되어 집중하는 표정을 포착할 수 있다. 손가락이 신들린 듯 움직인다. 타고난 재능이 가장 드러나는 부분이 바로 영감이다. 두보 또한 책을 많이 읽고 나니 붓을 들면 신들린 듯하네라고 말했었다. 책을 많이 읽은 것은 노력이고, 붓을 드니 신들린 듯한 것은 영감이니 영감은 노력으로 비롯되는 것이리라. 그들이 얼마나 많은 연습을 거쳤을지 짐작이 되는 대목이다. 연주자마다 같은 곡이라도 다르게 표현하여 그 맛이 모두 다르다. 그리하여 예술가라면 모두 자신만의 범주뿐만 아니라 곳곳을 탐색하며 깊은 수양에 이르러야 하리라.

 

인문학적인 소양이 쌓이는 느낌이다. 주광첸의 차분하지만 힘 있는 조언과 미학과 예술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들이 심미적인 눈을 추구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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