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의 것들 - 잘난 척 인문학, 2021 세종도서 교양부문 알아두면 잘난 척하기 딱 좋은 시리즈
김대웅 지음 / 노마드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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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아두면 잘난 척하기 딱 좋은 최초의 것들

 

몇 년 전 호주의 동물원 타롱가주를 방문한 적이 있었다. 우리나라에선 흔히 볼 수 없는 코알라와 캥거루, 왈라비는 물론이고 오세아니아 대륙에서만 서식하는 동물들을 볼 수 있어서 신기했다. 게다가 시드니 하버 풍경과 탁 트인 스카이라인은 뷰 맛집이라 할 수 있을 정도로 멋졌다. 특히 거대한 독수리 같은 새가 수신호에 맞춰 날아다녔던 버드쇼도 인상 깊었다. 동물원은 처음부터 인간을 위해 만들어진 공간이지만 그것이 동물에게도 좋은 일인지는 의문이다. 사실 자본주의의 경제적 지원으로 고상한 지식의 사원을 건설한다는 부르주아적 허영심을 충족시켜주기 적합한 것이기도 했다. 먼 이국땅에 사는 동물들을 보존한다는 역할을 내세우는 것도 제국주의적 시각으로 식민지를 합리화하는 것과 다를 바 없으니까. 고대의 동물원은 돈과 계급을 갖춘 개인이 수집해 기르는 소규모 수준의 공간이었다면 근대에는 대중에게 공개하며 그 목적이 어디까지나 소유자의 부나 능력을 과시하는 데 있었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창경궁을 개조하여 창경원의 동물원을 처음 만들었고, 창경궁 복원사업으로 인해 그곳에 있던 129, 880마리의 동물은 과천 서울대공원으로 옮겨졌다.

 

오늘 읽은 책은 세상의 온갖 것들 중 인간생활의 기본이 되는 의식주의 처음을 파헤쳤다. 인류가 누리고 있는 모든 것들이 언제 어디서 시작되었는지 알 수 있는 좋은 내용이 담겨있다. 제목대로 알아두면 잘난 척하기 딱 좋은최초의 것들이다. 인간이 족보를 만들며 조상의 뿌리를 찾듯 역사적으로 의식주에 관한 것의 처음을 찾는 건 본능과도 같다. 고래수염에서 탄생한 브래지어, 악취가 탄생시킨 향수 등 우리 몸에 걸치는 것들의 유래와 에피소드가 에 관한 것이라면 황태자의 낙마로 생겨난 햄이나 게르만족이 문어, 오징어를 먹지 않는 이유, 로마 시대에 봉급으로 주었던 소금 등 주식과 먹거리에 얽힌 이야기는 을 대변한다. 마지막으로 생활하고 일하는 곳, 문화공간의 변천사를 알 수 있는 는 처음 언급한, 제국주의 식민지가 만들어준 동물원, 열강들의 잔치였던 만국박람회, 로마 시대에도 존재했던 아파트 등을 다룬다.

 

동양에서는 지혜가 뛰어나고 인간에게 호의적인 동물로 여겨진 문어와 오징어가 왜 게르만족에겐 기피 대상이 되었을까? 그 이유 중 하나는 종교적인 배경에 있었다. 유대교에서는 매우 복잡하고 광범위한 음식에 대한 금기가 있었다. 어류는 지느러미와 비늘이 있는 수중 동물로만 한정했기 때문에 이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어패류는 모두 금기 대상이었다. 때문에 문어, 오징어뿐만 아니라 새우, , 조개류 또한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유럽의 기독교에서는 새우, , 조개 등은 그 달콤한 맛을 좋아하는 사람이 많아 구실을 붙여 금기 대상에 제외되었다. 그로테스크한 생김새 때문에 여전히 오징어와 문어는 색안경을 끼고 보게 된 것 같다. 이미지도 호색한, 난폭한 동물이라고 부각되었고 노르웨이에선 크라켄이라고 하여 대형 문어의 모습을 한 괴물을 전설에 등장시키기도 하였다. 이런 문화적 차이가 흥미롭다.

 

요즘은 하루종일 마스크를 쓰고 있어서 출근할 때도 스킨, 로션 외에 색조화장품은 전혀 사용하지 않고 있는데, 과거의 화장과 멋내기는 모두 종교의식과 전투의식에서부터 시작되었다고 한다. 고대의 기록을 보면 그리스인들을 제외하고 모든 민족이 파우더, 향료, 안료로 열심히 몸을 치장했단다. 특히 눈은 마음의 창이란 말대로 정성스럽게 화장하기로 유명했다. 이집트의 상류층은 눈 주위를 반짝거리게 하는 아이 글리터를 붙였고, 이집트 여성들은 눈썹을 밀고 코르를 사용해 떨어져 있는 눈썹을 하나로 이었다고 한다. 이집트에서 그리스로 조금씩 들어온 화장술은 고급 창녀에 의해 정착했으며 그녀들은 진한 화장을 하고 몸에 향료를 바르며 입의 구취를 없애기 위해 방향유를 입에 머금고 혀로 굴리다 뱉어내어 좋은 냄새를 풍겼다고 한다. 최초의 구취 방지제인 셈이다.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것은 본능인 듯하다.

 

간략하면서도 재밌게 설명해주어 읽는 독자들의 눈을 이끌어 주는 것 같다. 게다가 삽입된 250여 개의 도판은 시각적인 즐거움을 더해주었다. 알아두면 좋을 의식주의 처음들을 살펴볼 좋은 기회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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