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서를 써야 작가가 되지
정명섭 지음 / 깊은나무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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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약서를 써야 작가가 되지

 

책을 읽는 걸 좋아하고 막연히 작가를 동경해왔다. 어릴 때도 가만 보면 가장 많이 받은 상장이 독서, 또는 글쓰기에 관련된 것들이었다. 어린이신문에 나오는 독후감 대회, 백일장에도 수두룩하게 참가했고, 꽤 기억에 남는 건 6학년 졸업 직전 국회의사당에서 받았던 전국 편지쓰기 대회 예절상이었다. 그때 난 같은 아파트에 살았던 아주머니에게 드릴 편지를 썼는데 학교 대표로 뽑혀 전국대회에서 입상하게 되었다. 각설하고, 국문학과나 문창과 출신도 아니고 지금도 작가와는 거리가 먼 직업을 갖고 있지만, 여전히 글쓰기는 날 행복하게 한다.

 

파주 출판단지에 있는 카페에서 바리스타로 일하다가 15년간 100권의 책을 출간한 정명섭 작가는 오늘의 제목대로 계약서를 쓰기까지의 여정과 방법을 가감 없이 알려주었다. 읽으면서 내가 몰랐거나 궁금했던 부분을 많이 알게 되어 좋았다. 서평단 활동을 하면서 간혹 책의 저자가 직접 자필로 쓴 메모를 발견하거나 출판 마케팅을 담당하는 분의 안내연락을 받기도 하는데 그럴 때면 그 인연의 끈을 놓기 싫어 연락처를 잘 간직하고 있는 편이다. 언젠가 나도 혹시 투고를 하게 될 거란 생각에.

 

무작정 출판사에 문을 두드려본 경험은 없고, 그 대신 여러 공모전을 통해 나의 글을 확인받곤 했다. 그런데 몇 번의 서평 도서에선 저자가 직접 출판사에 문을 두드렸던 경험을 에세이로 펴낸 책도 읽은 기억이 난다. 국밥집을 운영하던 평범한 청년이었다. 그도 신춘문예에 계속 도전하고 있고 적극적이며 자발적으로 출판사에 문을 두드렸던 것이다. 최근 알게 되어 가입한 인터넷 카페엔 시나리오 작법이나 각종 공모전, 집필 방법 등에 대해 서로 질문하고 정보를 교환하고 있었다. 대부분 나와 비슷한 고민과 질문을 갖고 있었다. 오늘 읽은 책도 세세한 부분까지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시놉시스 제출을 요청하는 출판사가 있다면 결말까지 깔끔하게 작성해야 한다든지, 투고 원고는 워드 대신 아래 한글로 작성하라든지, 투고하는 해당 출판사의 성향을 파악하기 위해 출간일 순과 판매량 순을 보라든지 말이다.

 

작가가 글을 쓰기 위해선 소재가 있어야 하고 그것에 대한 정확한 자료 조사가 뒷받침되어야 하는데 인터뷰라든지 부정확한 인터넷 자료보단 다른 루트로도 자료를 찾아 교차검증을 꼭 하라는 당부도 와닿았다. 자료를 조사하며 쾌감을 느낄 정도로 대박 날 것 같은 소재를 발견하면 그것을 설명하고 싶은 요구가 생기게 마련일 것이다. 하지만 길어지면 독자는 피로감을 느낀다. 자료 조사를 보여주기 위해 글을 쓰는 것이 아니라 재미를 높이려는 목적을 전도하지 않기를. 조사의 보상심리가 커지면 설정병과 본전병에 걸린다고, 저자는 귀띔했다.

 

이 책의 하이라이트는 뭐니 뭐니 해도 계약서를 쓰는 방법이다. 중점적으로 봐야 할 것들을 소개했는데 제일 중요한 건 저작권. 출판사가 갖는 저작재산권 중 배포권은 독점적으로 넘겨주는 대신 작가는 인세를 받는다. 물론 배포권은 영구적이 아니기에 기간을 설정해야 하고. 무엇보다 작가는 원고를 계약 기간 내에 출판사에 넘겨주어야 한다. 일정에 차질을 빚지 않도록 말이다. 또한 출판사의 수정 요구도 성실히 임해야 한다는 문구도 대개 들어가 있다. 어느 업계에서도 이렇게 헌신적으로 작가를 도와줄 스태프를 찾긴 쉽지 않을 터. 편집자, 마케터 등의 출판사 직원과의 적극적인 소통이 필요한 부분이다.

 

글을 잘 쓰는 것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출판사의 신뢰에 어긋나지 않는 것이겠다. 투고는 비즈니스이기도 하므로 작가는 책을 내기 위해 계약서를 쓰는 법을 잘 알아두어야겠다. 꾸준히 늘어나고 있는 작가 지망생들은, 작법서를 찾아보는 노력만큼 출판사와의 협업인 계약도 중요하게 생각하길 바라 마지않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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