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고 싶지만 불안합니다 - 얼떨결에 어른이 되어버린, 당신에게 보내는 마음 처방전
주서윤 지음, 나산 그림 / 모모북스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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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고 싶지만 불안합니다

 

하루 종일 먹고 놀고 자는 우리 아이가 요즘 부럽다. 똥만 잘 싸도 칭찬받던 나의 이 시절이 그립다. 몸은 어른이 되었지만 마음은 그만큼 따라주지 못해 그 괴리감에 자괴감이 들 때가 있다. 책임질 일이 많아지면서 그 무게감에 압도되어 힘이 든다. 아이를 키우면서 더욱 그렇다. 내 안엔 아직도 어린아이가 남아있는데, 어쩌다 어른이 된 어른이인 내 모습을 마주하며 방황하는 중이다.

 

오늘 읽은 책은 제목부터 내 마음을 대변했다. <놀고 싶지만 불안합니다> 맞다. 나아가 놀고 싶은 의욕도 안 들 때가 많다. 그냥 아무것도 하지 않고 싶다. 격렬히 아무것도 하지 않고 싶다. 번아웃인가? 요즘 체력이 딸리니 마음까지 지치는건가?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불완전한 나의 존재를 들여다보았다. ‘아메리카노를 마시는 이유라는 첫 글에서 나는 눈물이 날 뻔했다. 어느 날의 내 모습과 오버랩된 것 같아서. 백수일 때 커피숍에서 제일 싼 음료인 아메리카노를 주문하면서 체크카드에 얼마가 있는지 몰라 잔액 부족으로 뜰까봐 식은땀이 났던 그녀의 경험은 나 또한 동전 한 푼이 아쉬웠던 그날의 사건이 떠올라 울컥했다. 생산적인 벌이 없이 부모님의 피만 빨아먹는 뱀파이어같았던 그 때. 물론 지금 밥벌이는 하고 살지만 쓴 커피처럼 마음 또한 쓰라렸던 지난날이 있었다.

 

마음이 가난해질 때 서점에 간다는 그녀는 책을 가장 많이 읽었을 때가 취준생 시절이었다고 한다. 나도 대리만족을 할 듯이 방대한 책들을 닥치는 대로 읽었었다. 서점에서, 도서관에서. 그 활자들이, 작가의 경험들이 내 것이 되는 것마냥 읽고 또 읽어 공허함을 메우고 싶었던 것 같다. 오늘도 난 마음이 가난하다. 정확히 말하면 아프다. 이럴 땐 건강한 글을 읽고 체하지 않게 꼭꼭 싶어야 하리라. 글은 힘이 있어 위로가 되기도 하고 칼처럼 찌르고 베기도 한다.

 

인간은 모두 별로입니다란 제목의 글도 마음에 들었다. 나도 인간이고 똑같이 별로이다. 사실 착한 줄 알았던 내 자신도 어떤 상황이 닥쳤을 땐 못된 사람 못지않았다. 자만은 착각을 동반하며 상대에게 거슬리는 부분이 있다면 사실 나에게 그런 모습이 있기에 발견하는 것이라고, 저자는 말했다. 어제 신랑과 말싸움을 하며 인신공격을 하길래 말을 함부로 하지 말라고 했더니 이런 대답이 돌아왔다. 가르치려 들지 말라고. 비꼬듯이 반박하지 말라고 말이다. 마음을 차분히 다잡고 다시 생각해보니 상대의 지적에 난 인정하기보다 합리화시키기 바빴던 것 같다. 그러니 내가 생각한 대화는 상대에게 아니꼬운 변명과 대꾸로 들렸으리라. 아직 풀리지 않은 마음이 조금씩 사그라들었다. 내가 참 별로다. 열을 받을 대로 받아 뜨겁게 올라간 마음을 차갑게 진정시키는 나만의 사소하지만 중요한 비법을 발견하고 싶다. 어제와 오늘은 감정의 온도가 뜨거워 나조차 데었으니까.

 

부담 없이 책을 넘겨 읽어가면서 나와 같은 저자의 마음에 위로도 되고 반성하게 되는 면도 있었다. 오타투성이지만 백지보다는 낫다. 인간은 실수투성이며 그것을 통해 성장한다. 다만 반복을 줄이고 내게 주어진 한정된 인생이란 시간을 헛되게 보내지 않기로 다짐했다. 날 사랑하는 성의 있는 태도를 나에게 보여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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