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 기울이면 들리는 소리 - 한 산책자의 나를 찾아가는 성찰에세이
최준배 지음 / 바른북스 / 2020년 11월
평점 :
절판


 

귀 기울이면 들리는 소리

 

저자의 인터뷰 기사를 보았다. ‘모두 코로나로 힘들어하는 이 시기에, 아침저녁으로 무심히 마주하는 일상과 자연의 신비에 더 많은 관심을 쏟으며 나 혼자서도 오롯이 체험했던 가슴 설레는 기쁨을 독자들도 함께 공감하고 행복하게 되었으면 좋겠다. 제목과 같이 평범한 일상 속에서 산책하며 귀를 기울이면 들리는 소리가 무엇인지 궁금했다. 그는 온몸의 열린 감각으로 보고 느낀 것을 깊이 있는 사유와 신선한 통찰로 풀어냈다.

 

나의 출근길은 바쁜 도심을 가로지른다. 그 와중에 큰 쇼핑몰을 지나가는데, 그곳 지상에 닭장이 있다. 매일 아침 730분에 그곳을 지나가면 닭 홰치는 소리를 듣게 된다. 시골집 앞마당은 아니지만 아침을 깨우는 그 소리가 난 듣기 좋다. 오늘 읽은 최준배님의 글 중에서도 산은 산, 물은 물이란 제목의 글에서 새벽, 닭 홰치는 소리가 듣고 싶다는 첫 문구에 빙그레 웃음을 지었다. 머리가 어지럽고 혼란스러울수록 자연을 찾게 된다. 내가 사는 동네엔 감사하게도 서울과 경기를 잇는 하천이 흐르는데 그곳은 한강에 합류하는 하천이다. 지난달까지 노란 은행잎이 바닥을 온통 덮어 천국으로 향하는 황금길 같은 느낌이 났다. 난 이 산책길을 참 좋아하는데 저자 또한 동네 주위를 산책하며, 그리고 책과 음악을 통해 느낀 생각을 이 책에 펴냈다.

 

그는 자연에서 산책하며 기대하지 않다가 뜻밖에 맛보게 된 행복한 경험 몇 가지를 소개했다. 초가을 저녁 산책길에 아스라이 들려오는 귀뚜라미 소리, 늦봄 비 온 뒤 저녁녘 연못가에서 들리는 개구리들의 합창 등. 나도 어제 안양천에서 뒷짐 지고 물길을 내는 청둥오리들과 왜가리를 보고 마음이 흐뭇해졌다. 이 멋진 천변 풍경은 감탄과 감동을 자아냈다. 당연한 줄로만 알았던 일상이 당연한 것이 아니게 된 요즘, 이 자연의 모습들에 감사하게 된다.

 

저자는 사흘에 한 번씩 100분간 텃밭을 가꾸는 수업을 듣는 모양이다. 퇴임 후 시골 마을에서 텃밭을 가꾸기 시작한 아버지가 떠올랐다. 상추는 쑥쑥 자랐고 얼마 전엔 참깨를 털어 참기름을 짜오셨다. 부지런히 열매 맺는 자연을 보고 설레고 기뻐하신다. 인류도 자연 속에서 깊은 유대감을 느끼면서 정서적인 안정과 위안을 경험해 왔으리라. 그래서 어쩌면 우린 자연과 하나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책에서 인상 깊었던 내용 중에 침묵의 가치가 있었다. 식물은 우리 곁에서 묵묵히 자신의 삶에 집중하고 주어진 환경에 유연하게 적응하며 살아간다. 인간이 불평을 내뱉는 것과는 상반된 방식이다. 타자의 삶에 섣불리 간섭하지도, 타자의 간섭에 일일이 대응하지도 않는다. 왈가왈부하며 시끄러운 인간의 모습이 부끄럽다. 침묵의 대화는 내면에서 나오는, 거짓 없는 순수 에너지의 교감이며 모든 생명체의 공통된 소통수단이라 한다. 우리도 사람 사이에, 사람과 자연 사이에 침묵을 배워야 할 것이다.

 

자연을 더 알고 싶은데, 어떤 대상에 대해 진정 안다는 것은 대상을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어야 한단다. 의식적으로 노력하고 훈련해야 한다. 온몸의 열린 감각으로 편견 없이 있는 그대로 보고 느낄 수 있어야 한다. 숲속의 풀벌레 소리, 달빛과 바람에 이는 나뭇잎 소리까지, 나도 오롯이 제대로 즐기고 싶다. 책을 통해 성찰을 배운 것 같다. 저자와 같이 산책을 하며 음미하고 싶다. 귀 기울이면 들리는 그 소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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