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매한 걸 정리해주는 사전
한근태 지음 / 클라우드나인 / 2020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애매한 걸 정리해주는 사전

 

한때 시험 준비를 하면서 맞춤법에 대해 민감해진 시기가 있었다. 간판에서 가장 많이 본 맞춤법이 틀린글자는 찌게였다. 맞는 건 찌개였는데 당장 음식점에 들어가 알려주고 싶은 욕구를 참은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오늘 읽은 도서 <애매한 걸 정리해주는 사전>은 우리가 알지만 명확히 구분하긴 어려운 말들을 탁월하게 정리해주었다. 맞춤법을 넘어선, 언어의 미묘한 차이를 정확히 아는 것을 추구하는 사전이었다! 애매함에서 명료함으로 가는 길목엔 머릿속을 정리해주는 이 책이 필수적일 것 같다. 이를테면 공감과 동감의 차이라든지 낙천과 낙관, 마취와 마비를 비롯해 탈수증에 걸리는 이유와 공부를 안 하는 이유, 힘내와 힘 빼 같은 저자의 생각이 오롯이 담긴 정리도 있었다. 오랫동안 컨설팅을 업으로 해오며 고객의 생각을 명쾌하게 정리해주는 것을 본질로 여겨온 저자다. 그래서 애매모호한 말을 많이 한다는 건 생각이 모호하거나 정리되지 않은 것이기에 언어를 정확히 알고 있어야 한다고, 그는 말한다. 커뮤니케이션을 힘들어 하는 이들이라면 제시된 언어를 보며 생각하는 방식을 배워보자.

 

앞서 언급한 공감과 동감은 우리들이 혼동해서 쓰는 경우가 많은 듯하다. 책에선 이 둘의 차이를 쉽게 풀어냈다. 공감은 상대의 말을 듣고 존중하는 것, 즉 그와 의견은 다르지만그 사람의 처지를 이해하는 것이라면 동감은 상대와 같은생각을 하는 것이었다. 그렇기에 공감한다고 반드시 동감하는 건 아니다.

 

낙천과 낙관도 그렇다. 낙천의 천은 하늘 천으로써 다른 조건을 따져보지 않고 막연히 잘될 것으로 여기는 것이다. 반면 낙관의 관은 볼 관으로 객관적인 조건을 따져보고 난 후 판단하는 것이라는 느낌이 강하다. 후자가 좀 더 신중한 단어 같다.

 

책을 읽다 뼈 때리는(?) 문장을 발견했다. 탈수증에 걸리는 이유와 공부를 안 하는 이유의 공통점은 바로 인지하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공부도 자신이 부족하단 사실을 인지해야 시작할 수 있는데 대부분은 그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다. 마음만 먹으면 공부할 방법은 지천에 널려있다니 반성하며 나의 부족을 어서 인지하고 배움을 실천해보자.

 

한편으론 내가 여러 책과 강연자들의 영향으로 이미 알고 있던 유명한단어의 차이도 발견할 수 있어 뿌듯했다. 그것은 바로 자존감과 자존심이었다. 둘 다 스스로에 대한 존중심임은 분명하나 전자는 나와, 후자는 남과 비교하는, 비교 대상이 다른 것이 특징이었다.

 

누군가를 응원할 때 생각 없이 쓰는 힘내라는 말도 사실 선의지만 효용성엔 의문이다. 힘은 의도적으로 낼 수 있는 게 아니니까. 오히려 힘을 내는 것보다 힘든 건 힘을 빼는것이다. 힘을 주면 어깨가 뭉치며 오히려 잘하던 일도 망치기 십상이다. 둘을 마음대로 조절할 수 있다면 가장 좋겠지만 말이다. 저자는 힘내라는 말보다 차라리 집중해라’, ‘쓸데없는 일 하지 말고 해야 할 일을 확실히 하라는 말을 하는 게 나을 것 같다고 했다. 말을 효용성의 입장에서만 본다면 옳다. 그렇지만 말은 효용성만 있는 게 아니기에 전적으로 동의하긴 어려웠다.

 

사전적 정의의 형식으로 편집된 책이라 부담 없이 읽을 수 있어 좋았다. 단순히 사전적인 의미를 넘어서 유쾌하고도 알기 쉽게 풀이한 단어들이 흥미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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