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의 결 - 당당하게 말하지만 상처 주지 않는
이주리 지음 / 밀리언서재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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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당하게 말하지만 상처 주지 않는 말의 결

 

어릴 적부터 골덴(코듀로이)과 벨벳 재질의 옷을 좋아했다. 누빈 것처럼 골이 진 바지를 만지는 감촉이 재미있었고 벨벳의 부드러운 촉감이 좋았다. 옷의 결은 입은 사람의 기분까지도 좌우했다. 옷처럼 말에도 결이 있다. 결이라 함은 나무나 돌을 구성하는 굳고 무른 성분들이 일정하게 켜를 지으면서 짜인 외면의 상태를 말하는데, 말의 결 또한 생각의 깊이에 따라 다르게 나타날 수밖에 없다. 생각이 모두 말로 표현되는 것 같아도 듣는 이에겐 말하는 이의 말습관에 따라 그 말의 질감이 달라진다. 매끄러운 말습관이 정립되지 않으면 생각이 바르더라도 말의 결은 거칠게나타나는 것이다!

 

오늘 읽은 책 <당당하게 말하지만 상처 주지 않는 말의 결>은 이 말습관, 화법, 말의 결에 대해 이야기한다. 말이 얼마나 중요한지는 잘 알면서도 우린 이 로 실수하고 상처를 주고받는다. 어떤 순간에도 후회하지 않는 말습관을 위해 살펴본 내용 중 대화는 타이밍이란 내용이 제일 먼저 눈에 띄었다. 몇 년 전 나도 말할 타이밍을 놓쳐 서먹해져버린 사이가 있었다. 사과를 하고 싶은데 (상대방 입장에선 변명같아 보일지 몰라도) 기회를 엿보다 시간만 흘러버렸다. 너무 늦은 말은 효력을 잃는다고 했다. 그렇다고 당황하면 무조건 사과부터 하는 말습관도 좋지 않다. 말하기에 앞서 생각을 빨리 정리하는 습관을 가지는 것이 좋다고, 저자는 말했다. 그리고 나처럼 타이밍을 놓치면 틀어진 관계를 회복하기가 점점 어려워진다. \

 

어제 직장동료가 점심때 다이어트를 위해 식사대신 샐러드로 간단히 끼니를 해결했다. 나도 간헐적 단식을 한 적이 있어 대화를 이어가다가 내 이야기를 더 많이 늘어놓게 되었다. 일종의 조언까지 섞어가며. 동료는 다이어트로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는데 결론적으로 나 때문에 더 스트레스를 받았을 것 같다. 공감은 내 마음을 앞세우지 말고 상대의 이야기를 듣는 것이다. 남의 상황을 대신 정리해주는 것이 아니라 그의 마음을 이해하도록 노력해야겠다.

 

또 얼마 전엔 사소한 고민을 털어놓다가 오히려 내 약점을 많이 드러냈다는 생각이 든 적이 있다. 내 얘기를 잠자코 듣고 있던 상대가 나보다 더 흥분하며 마치 내가 무슨 큰 잘못이라도 한 것 마냥 이야기하는 것이다. 분명 감정엔 공감해주었지만 표현이 지나쳤다. 공감과 배려를 넘어서 자신의 감정을 앞세운 해결책까지 들먹이며 참견했다. 듣는 나는 마음이 아팠다. ‘괜히 이야기했군.’ 이란 생각이 들었다. 우린 대화에서 존중받는다는 느낌이 들 때 진심으로 위로받을 수 있다. 각자의 문제엔 각자의 선택과 몫이 있으므로 우린 과한 표현과 감정을 앞세우지 말고 상대의 결정을 존중해주어야 한다. 이처럼 과잉공감은 금물이다.

 

방송인 유재석을 예능 프로그램에서 보면 많은 패널들과 함께 프로그램을 진행할 때 누구 하나 소외되는 이 없이 참여자의 대화를 적절히 배분해주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모든 사람을 대화에 끌어들이는 기술은 쉽지 않기에 더욱 멋있다. 두 세 사람 이상 모인 곳엔 모두가 참여할만한 화두도 있지만 누군가는 모를 화두도 있다. 그럴 땐 그 상황을 간략히 설명하고 사람들이 관심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질문도 던지며 상대의 의견을 구하기도 한다. 이런 분위기에서 대화는 화기애애해진다. 말은 태도와 행동, 더 나아가 삶을 변화시키는 나비의 날갯짓이 된다. 좋은 말을 켜켜이 쌓아 아름다운 말의 결을 이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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