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 닿다 - 필리핀 피누가이에서
오준섭 지음 / 누림과이룸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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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에 닿다

 

예전에 비글부부로 유명한, 하준파파가 세바시에 나와 강연을 하는 것을 보았다. 모든 부모는 모두 훌륭한 인플루언서이며 자기와 똑같은 인생을 살아가는, 자기의 모습을 닮은 아이를 키우고 살아가기 때문이라는 이야기를 했다. 사실 하준파파는 둘째인 이준이를 잃었다. 자식의 죽음을 겪은 부모의 마음이 얼마나 아플까. 하지만 그는 네가 그냥 왔다 그냥 간 것이 아니라 넌 너의 사명을 끝냈다는 것을 아버지 인생을 통해 반드시 보여줄게.” 라고 다짐했다. 자식을 키우는 엄마로서 그 마음에 너무 감동받았다. 오늘 읽은 오준섭 선교사님의 책은 서른 중반의 청춘이 극도로 열악한 상황인, 필리핀 피누가이에서 생명을 품으며 고스란히 겪어낸 선교기록이었다. 표지와 책 곳곳에 심겨있는 이들의 사진이 티 없이 맑고 깨끗하다. 그는 선교지에서 아내의 첫 유산을 겪었다. 주시는 분도 주님이시오, 거두시는 분도 주님이시라는 고백을 적으며 하나님께 위로받는 모습이 하준파파의 모습과 많이 닮았다. 청천벽력과 같은 이 슬픈 소식에도 변함없이 하나님을 의지하는 모습에 별 것 아닌 일에도 시험 들며 좌절하는 내 모습이 오버랩 되어 부끄러웠다.

 

하나님을 모르는 이방 땅에서 그들과 어울려 하나님을 전하는 삶을 살며 하나님 앞에 철저히 깨지고 낮아진 오 선교사는 그 선교기록을 시같이, 사진집같이 우리에게 들려주고 보여주었다. 난 타지에서 선교하는 선교사님들이 무척 존경스럽다. 일상에서 전파를 통한 전파선교사로 일정 부분 섬기고는 있지만 일선에서 그들에게 목숨을 걸고 전도하는 모습은 하나님의 거룩한 종의 자세가 아닐 수 없다. 캄보디아 바탐방교회 주일학교 예배 모습을 담은 사진에 실린 해맑은 아이들의 웃음과 피누가이 우리는교회 주일예배 사진에서 보인, 아이들의 초롱초롱한 눈망울, 눈을 감고 고사리같은 손을 모으며 기도하는 아이들의 모습들은 마음을 정화시켜주는 것 같았다. ‘하나님이 손수 만드신 모든 것을 보시니, 보시기에 참 좋았다는 창세기 말씀이 밑에 적혀있어 사람의 형상이 더욱 아름다워보였다. 오선교사님은 이들을 보며 언어나 모습은 달라도 마음이 같은 우리이며 하나님의 피조물이라고 이야기했다. 필리핀에서 아내가 여긴 없겠지? 복숭아가 먹고 싶은데...” 라고 말했을 때, 까마귀를 보내어 엘리야를 먹이신 것처럼 가정의 필요를 채우시는 하나님을 경험했다고 이야기했다. 선교는 선교사가 하는 게 아니라 하나님이 하심을 분명히 알 수 있는 것 같다. 8년 전 단기선교를 온, 필리핀 마닐라 부근의 쓰레기마을에서 하나님께서 그에게 하신 말씀이 인상 깊었다. ‘이곳이 너의 마음이다. 악취가 나고, 피고름이 맺힌 상처에 파리 떼가 알을 까는 바로 이곳이.’ 입을 열면 입 안으로 파리 떼가 들어와 말을 할 수도 없는 그 곳이 하나님이 오선교사님을 부르신 곳이었다. 순종하며 이들을 섬기는 그 마음이 책을 읽는 나에게도 닿아 귀하게 느껴졌다.

 

자신의 갈 길을 주님께 맡기고 의지하며 잠잠히 주님만을 바라는, 오선교사님의 선교를 위해 기도해야겠다. 더불어 내 일상에서도 예수님의 흔적을 드러내는 삶이 되기를 소망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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