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의 사람 글의 사람
이재영 지음 / 아침의정원 / 2020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말의 사람 글의 사람

 

상담심리를 공부하는 아빠 옆에서 귀동냥으로 라포에 대해 들었다. 상담자와 내담자 사이의 라포 형성이 이렇고 저렇고...그래서 라포가 뭔지 봤더니 사람과 사람 사이에 생기는 상호신뢰관계를 말하는 심리학용어였다. 책 첫 부분에 수컷 깡총거미가 목숨을 걸고 저돌적인 춤을 추며 암거미에게 접근하여 최면을 거는 듯한 모습을 라포르를 건다고 한다고 이야기했다. 즉 원래 라포르는 최면술사와 상대 사이에 생기는 일방적 심리적 교류였지만 지금은 상호 심리적 교류로 확대되어 사용되고 있는 것이다. 공감 능력을 우대하는 작금의 시대에 깡총거미의 춤같은 라포르는 우리의 말과 글이 아닐까 싶다는 저자의 말에 호기심이 생겼다. 공감은 소통을, 소통은 말과 글로 이뤄지니 말이다.

 

대개 말과 글은 대척점에 있는 듯하다. 말을 잘하는 사람과 글을 잘 쓰는 사람의 성향이 반대인 것 같기도 하고 실제로 이 둘은 비교, 대조되어 많이 언급되기 때문이다. 말처럼 글을 쓰고 글처럼 말을 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내 경우는 글을 쓰는 게 편한 축에 속하는데 내 글이 지나치게 문어적, 또는 논리적이라 말과 괴리감이 든다면 저자는 한번 말을 하고 그것을 글로 적는 방법을 써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말은 글로, 글은 말을 통해 숙성되듯 서로 보완한다면 좀 더 나은 발화와 문장이 되지 않을까?

 

책은 말한다는 것과 글을 쓴다는 것의 특징을 설명하고 전자의 음성, 말투, 그리고 묵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말하기의 표현을 언급했다. 특히 실언이 난무하는 청문회를 보면 말다툼의 한가운데서도 말의 농도가 묵직한 정치인들의 언변이 눈에 띄는 경우가 있다. 침묵은 말을 농축해 그 무게를 더하는 힘이 있다. 적절한 침묵은 우리 스스로의 품격을 높일 수 있고 그것의 힘은 경청에서 비롯되니 내면의 소리와 같은 언어의 제5원소라 할 만한다. 공자나 베드로, 갈릴레오와 스티브 잡스에 이르기까지 말의 사람들을 자세히 소개했다. 성경에 예수님과 베드로의 대화가 곳곳에 언급된다. 그의 언어는 이성을 넘는 직관의 언어였다. 예수님은 베드로의 고백을 들으며 자신을 정확히 아는 이 제자를 교회의 반석이 될 것이라 말한다. 시몬에서 바뀐, 베드로의 뜻은 그래서 반석이다.

 

반면 글의 사람들은 바울을 빼놓을 수 없다. 성경에서도 베드로의 설교 반응과 달리 학자였던 바울의 설교는 내용이 심오하고 어려워 그의 말을 좀 더 따져보자고 사람들이 모여들었다고 한다. 교회에 쓴 그의 여러 편지는 에베소서, 빌립보서와 같은 성경으로 이뤄져있다. 바울을 예수님을 핍박하던 자였지만 사도가 되어 오직 믿음으로 의에 이른다는 신학적 교리를 제시했다. 그의 글은 한번에 이해하기보다 곱씹어야 할 만큼 텍스트의 질감이 달랐다.

 

성대모사, 모창, 셀프 첨삭, 서예 등 말과 글을 흉내 내어 자신의 것으로 만든 이들의 사례도 언급했다. 링컨은 학교에서 배운 대로 큰 소리로 책을 읽거나 자기 생각을 노트에 적어 큰 소리로 읽는 훈련을 했다. 그것은 그가 정치가로서 연설과 수많은 회의에서 청자들을 설득하는데 요긴한 역할을 했다. 그래서 링컨만의 말투가 탄생한 것이다!

 

말과 글은 우리를 창조하는데 탁월한 요건을 갖췄다. 생각의 표현으로 이처럼 적절한 것이 또 있을까? 우리 인생을 업그레이드하기 위해 이 도구를 잘 사용해보자. 이 책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