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애하는 스물에게 - 두 번째 스물이 첫 번째 스물에게 건네는 다정한 안부
조기준 지음 / 봄들 / 2020년 10월
평점 :
품절


 

친애하는 스물에게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한 달도 채 남지 않았다. 03학번인 난, 20여 년 전 겨울 수능 날이 떠올랐다. 생각보다 춥지 않은 날이었다. 내가 다니던 학교에서 2~30분 떨어진 거리에 배정받아 하루 종일 수능을 치렀던 그 때. 2 외국어 과목까지 마킹하고 5시가 넘어서 해가 지려는 무렵 교문을 나섰었다. 그리고 머지않아 스무 살을 맞이했다. 벌써 두 번째 스무 살을 코앞에 두고 있는 나이가 되었다. 이 책의 저자 또한 앞서 경험한 스물을 이야기하며 지금의 스무 살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을 꺼내놓았다. 어른이 되었고 자유가 생겼지만 분명한 건, 그동안 경험해보지 못했을 막중한 책임이 뒤따른다는 진리였다. 그때의 수많은 선택이 앞으로의 수십 년을 좌우할 첫걸음이었고 나 또한 오롯이 그 무게를 감당하고 있는 중이다.

 

아버지 환갑때 현수막으로 환갑을 축하합니다라는 문구를 좀 더 세련되게 쓸 걸 후회했다. 다가오는 어머니의 환갑 때는 케이크 위에 올릴 토퍼를 엄마의 세 번째 스무 살을 축하합니다라고 써야지. 오늘 책을 읽으면서 느꼈다. 느낌이 좀 더 신선하고 젊어 보이지 않는가? 책의 저자 조기준 작가는 찬란하고 푸르렀으며 동시에 엉망진창이자 뒤죽박죽이었던 자신의 첫 번째 스물을 통해 켜켜이 쌓인 그 시간들이 지금의 자신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나도 비슷한 연배로서 이제 성인이 된 스물들이 알았으면 하는 말들이 담겨있어 공감이 많이 되었다. 그것은 다정한 위로이자 토닥임이었다.

 

내게 자신의 버거운 비밀과 고민을 털어놓는 이가 있다. 그의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어쩔 땐 나도 숨이 막힐 정도로 답답하지만 내색하지 않고 들어준다. 그는 내가 유일한 숨구멍이라는 표현을 쓰며 의지했다. 우울증 약을 먹고 있었다. 그는. 내가 겪지 않아 상상으로나마 간접적으로 생각하고 어설프게 파이팅을 외치는 게 얼마나 공허할지 어쩔 땐 미안하기도 하다. 저자도 이런 경험이 있었다. 그냥 가만히 두는 것이 나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언제부턴가 하게 되었다고. 위로도 진심으로 마음이 들면 하는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굳이 하지 않았다고. 섣불리 힘드니까 위로해줄게라고 말하는 대신, ‘버티면 지나갈 것이라고, 그렇게 한 사람의 삶이 꾸역꾸역 채워지는 거라고 하겠다고. 그랬다. 나도 누군가에게 위로를 받을 때 그가 내가 아닌 이상 100% 날 이해할 수도 없고 그 토닥임이 생각보다 별 효과가 없다고 느낄 때가 많았다. 이처럼 위로의 방식은 무미건조했고 조용했다.

 

인생의 기로에 서 있는 나이는 4~50대다. 마흔을 두 번째 스무 살 답게 살기 위해 저자는 자존감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대학 졸업 후 뮤지컬 배우를 꿈꿨으며 서른엔 에디터가 됐다가 마흔엔 글을 쓰고 강연을 시작한 조기준 작가. 그의 글 중에 온전히 나를 위한 시간을 쪼개서라도 만들어야 한다는 말이 있었다. 그 일련의 과정으로 자신의 생일날 내가 나에게 어떤 생일선물을 할지 결정하자고 말하고 있었다. 그는 영화 <동주>를 관람하기 위해 낮 시간 홀로 극장을 찾았고 영화를 보고 나선 등 뒤에 윤동주의 <서시>를 타투로 새겼다. 재봉틀 바늘이 몇 시간동안 살갗을 쉴 새 없이 파고드는 고통을 감수하면서 이것을 참으면 웬만한 삶의 고통을 참을 수 있을 것만 같았다는 느낌도 말했다. 나도 내년 내 생일에는 내가 준비한, 나만의 선물을 무엇으로 할지 고민 좀 해봐야겠다. 물건을 소유하기 보단 경험을 해야겠다는 빅픽처만 그려놓았다.

 

저자는 제발 좋아하는 것을 찾아내라, 미움 받을 용기가 아니라 책임져야 할 용기가 필요하다, 주위의 판단과 잣대에 조금은 더 의연해지고 무관심해져서 자신만의 색깔과 향기가 나는 사람으로 살자는 조언 등을 아낌없이 내어놓았다. 지나고 나서야 소중함을 깨닫게 되는 나이, 스물. 저자의 실패와 도전 그 과정들을 함께 들여다보며 우리의 지금을 보듬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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