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미 수업 - 슬픔을 이기는 여섯 번째 단계
데이비드 케슬러 지음, 박여진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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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미 수업

 

죽음에 대해 깊이 생각해본 적이 없어서 주변에 간혹 누군가 돌아가신다거나 하면 마음이 허해지는 정도였다. 아직 가까운 가족이 사망한 경우는 없지만 연예인의 죽음이나 건너 건너 지인의 죽음을 전해 들으면 마음이 아려온다. 가장 최근에는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던 개그우먼이 유명을 달리했다. 그녀는 내 초등학교 동창생이었다. 3학년 소풍 때 함께 찍은 단체사진이 있었다. 그녀의 천진난만한 웃음이 브라운관에서 보던 그대로였다. 사망 소식은 충격적이었다. 한동안 멍해졌다. 유명한 이들의 죽음 중 가장 가슴이 아팠던 사건이었다. 언젠가 한창 나이인 20대 후배가 죽었다는 소식, 그리고 엄마 친구 딸이 오랜 지병으로 고생하다 결국 눈을 감았다는 소식, 동료의 동생이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 허망하고 슬퍼졌다. 무엇보다 엄마 친구 딸은 스무 살이 되기도 전에 세상을 떠나 부모의 가슴에 못을 박았다. 나도 병문안을 간 적이 있었는데 그 아이의 모습이 떠올라 눈물이 앞을 가렸다.

 

죽음은 누구나 겪는 일이지만 언제나 낯설다. 남아있는 자들의 몫은 너무 크고 버겁다. 슬픔과 애도분야의 전문가인 데이비드 케슬러는 이번 책 <의미 수업>을 통해 인간이 죽음을 맞이하는 다섯 단계의 과정에 더해 여섯 번째 단계인 의미를 주장했다. 고인의 죽음에서 의미를 발견해야 사별의 아픔을 진정으로 극복할 수 있고, 남은 자신의 삶도 치유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 의미는 바로 살아 있는 나에게 있다!

 

의미 찾기의 출발점은 수용이다. 현실로 받아들이기 힘든 죽음에 대해 일단 상실과 슬픔의 모든 단계를 낱낱이 다 경험해야 하지만 마음속에서 느끼는 감정이 영원히 지속될 것이라는 소리를 차단해야 한다. 생각이 의미를 만든다. 단순한 훈련을 통해서도 마음을 다스리는 법을 일깨울 수 있다.

 

자식을 먼저 떠나보낸 부모라도 자신의 삶을 살며 상실감에 잠식되지 않고 아이의 삶을 기릴 수 있다. 비극을 비극이라 여기며 혹시 고통을 놓아버리면 아이와의 연결 고리마저 끊길까봐 두려워하는 마음은 이해가 간다. 하지만 부모라는 이름은 영원하며, 우리의 몸과 영혼, 정신은 다시 살아가게끔 되어 있다.

 

현재 사별의 슬픔을 격고 있거나 실제로 이 분야의 전문가로 훈련받는 사람들은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 같다. 각 사안마다 케슬러가 어떻게 응대했는지 살펴보면 비슷한 상황에서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시간이 지나도 엷어지지 않는 슬픔 속에서 상실 이후의 삶을 우리가 다시 지어야 함을 기억한다면, 우리가 더 커져야 함을 깨닫는다면 우리 삶의 지평은 좀 더 넓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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