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밀하고도 달콤한 성차별
다시 로크먼 지음, 정지호 옮김 / 푸른숲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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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밀하고도 달콤한 성차별

 

주말 아침이다. 아이는 평일, 주말 할 것 없이 매일 아침 7시에 일어난다. 주말엔 좀 더 늦잠을 자고 싶지만 어림도 없다. 시부모님과 함께 사는 나는 속이 터진다. 남편은 주말만 되면 정오나 되어서 일어난다. 실컷 자고 일어나 퉁퉁 부은 눈을 보고 있으면 울화가 치민다. 일어나자마자 아빠와 놀고 싶은 아기는 아빠가 자고 있는 방문을 열고 들어가려 하지만 어머님이 아빠 깬다고 들어가지 말라고 온몸으로 막으신다. 남편이 자는 오전 내내 나는 아이 밥을 먹이고, 똥을 치우고, 기저귀를 갈고 함께 동화책을 읽는다.

 

어느 날 남편이 연차를 내고 하루 쉬는 중이었다. 부모님도 장보러 나가시고 꼼짝없이 그는 아기와 단둘이 몇 시간을 보내야했다. 난 근무 중이었는데 남편에게서 문자가 왔다. 자기 혼자서 아기 똥기저귀를 갈고 씻겼다고. 매우 자랑스러운 듯이 말이다. 사실 그는 아이가 3살이 되도록 혼자 기저귀를 갈아준 적이 한 번도 없었다. 이게 현실이었다.

 

오늘 서평도서 <은밀하고도 달콤한 성차별>를 읽으니 가정에서부터 뿌리 깊게 내려앉은 성차별이 우리 집에도 보인다는 생각이 들었다. 엄마가 아이의 요구에 빠르게 반응하면 아빠는 반응하지 않는 자세를 취하며 그것이 고착화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겉으론 그 수준 차가 대단하지 않은 것 같지만 서서히 다른 원인 없이도 노동이 성별에 의해 확실히 나눠진다는 책의 내용이 공감되었다. 양육이 여성의 특별한 재능이라는 건 상식에 어긋나는 것 같은데 실제론 엄마 혼자 모든 일의 무게를 감당해야 한다는 믿음을 사회가, 가정의 구성원이 주입하고 있었다!

 

이 책은 여성의 희생을 숭배하는, 침해받는 암묵적 동의, 맹목적 편견, 공격받는 여성의 권위 등에 대해 이야기한다. 특히 마지막 챕터인 7장의 온정적 성차별에 대해 주의 깊게 읽어보았다. 저자는 적응을 멈추라고 말한다. 많은 여성들이 불의를 공격하는 대신 거기 적응하는 법을 배워왔다. 진부한 잘못된 인식과 편안히 사느니 차라리 명백한 진실을 안고 불편하게 사는 게 낫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때가 왔다. 이를테면 자신이 받는 낮은 보수에 대해 부당한 대우를 받는다고 믿기보다 자기들이 능력이 없다고 믿는 경향이 그것이다. 지옥에서 천사가 되느니 천국에서 악마가 되는 게 낫다!

 

나부터 갖고 있던 다정한 엄마라는 이미지로 재생산되는 현실의 이면을 바로 쳐다봐야겠다. 가정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할 젠더 감수성을 자세히 짚어낸 이 책을 모두 읽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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