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회사가 좋았다가 싫었다가 - 오래, 꾸준히, 건강하게 일하기 위하여
배은지 지음 / 지콜론북 / 2020년 10월
평점 :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0/1110/pimg_7335861902727892.jpg)
회사가 좋았다가 싫었다가
탈탈탈 탈곡기에 넣어 털리고 믹서기에 넣어 갈리는 기분이다. 요즘 회사생활이 그렇다. 좀 더 마음의 근육을 단단하게 만들어 흔들리지 않으려 하지만 가볍게 날아가는, 요 모양으로 생긴 마음이 내 영혼마저 흔들고 있다. 오늘 읽은 서평도서는 그런 점에서 날 위로해준 면이 있다. 직장생활은 딱 10년만 하고 싶었는데 이젠 건강하게 오래 일하는 삶으로 방향 전환 중이라는 배은지 작가. 본디 원하던 업무와 직장은 아니어서 언제든 퇴사하고 새로운 곳으로 이직하고 싶었다. 하지만 5년이 지난 지금은 여기든 어디든 문제없는 곳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좀 더 솔직하게 말하자면 난 쫄보니까.
여전히 방황하고 숱하게 고민하며 자주 희망과 좌절을 오가는 중이지만 일터에서 나는, 분명히 성장하고 있었다. 버티는 것도 성장이었다. 그래서 때문에, 대신 덕분에라는 말을 사용해보기로 했다. 업무분장에도 나와 있지 않는 자잘한 업무들이 자꾸 나에게로 넘어오니 화딱지가 날 때도 있지만 ‘좀 손해 본다고 생각하는 것’ 이 어쩌면 덕을 쌓는 것이고 결국 좋은 운을 가지고 온다는 결과가 있다는 말을 듣고 마음에 위로가 되었다. 나에게 슬럼프를 주는 이 업무들 안에서도 일의 본질과 그 안에서 발전하는 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매번 회사일은 내가 주인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받은 만큼만 일하자는 주의였는데 어떤 업무를 내 일과 같이 해보니 시켜서 하는 것보다 보람되고 스스로 자긍심도 느껴졌다. 그리고 안 보는 것 같아도 다 보고 있었다. 상사는.
노동의 대가로 받는 월급 때문에 퇴사는 주저하면서도 함께 근무하는 동료들과 회사에 애사심 따윈 집어치워! 라는 토로를 했던 적이 있다. 하지만 그것은 결국 사람에게 온다는 걸 깨달았다. 관계와 공유, 비슷한 것을 보고 느끼는 시간. 저 사람도 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이 보이지 않는 연대로 이뤄지고 이것이 흑역사로 점철된 내 모습마저 기업에 도움이 되는 과정이었고 함께 공유해가며 성장하는 동료 역시 회사를 위해 일하고 있었다는 것이었다.
조직 내에서 사실상 많은 것들을 누리고 있으면서도 안주하고 또는 불평만 했던 것은 아닌지. 내가 정말로 일을 잘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이곳이 아니라도 어디서든 통용되는 능력치를 소유하고 있는지 점검해볼 기회가 되었다. 또한 꼰대는 나이든 사람만 있을 거란 편견도 다시 생각해보았다. 권리는 늘 주장하지만 의무나 책임은 회피하는, 젊은 꼰대는 늙은 꼰대보다 더 위험했다. 젊다고 다 참신하고 개혁적이라는 생각은 오산이다. 이기주의가 팽배해 ‘나 건드리지 마’ 라며 잔뜩 독기가 오린 직장인들도 매우 많다. 그 모습이 내 모습은 아닌지 반성해보았다.
회사생활은 어떻게 보면 수행의 과정 같다. 스트레스의 근원지지만 그 안에서 마음을 가다듬고 회사를 위해, 함께 근무하는 인간관계를 위해 노력해야한다. 회사가 날 위해 존재한다는 착각을 버리고, 오늘도 회사가 좋았다가 싫었다가를 반복하는 나를 보며 그 속에서 발전하는 날 칭찬해주자. 이 마음은 회사를 30년 이상 다닌 선배들도 똑같은 마음이니까.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0/1110/pimg_7335861902727893.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