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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르르 당나귀
조은수 지음, 안태형 그림 / 풀빛 / 2020년 10월
평점 :
또르르 당나귀
기다란 판형의 보드북이 여느 책과는 달라 신선했다. 우리의 주인공 아기 당나귀는 길을 잃어 엄마와 헤어졌다. 엄마를 찾아 훌쩍이며 울먹울먹 타박타박 길을 가는데 각종 채소가 아기 당나귀 앞으로 굴러들어온다. 채소를 좋아하는 아기 당나귀는 뭐든 골고루 맛있게 잘 먹는다. 또르르 양배추 하나가, 또 또르르 당근 하나가, 이어서 상추와 고구마가 하나씩 굴러온다. 책은 의성어를 실감나게 삽입해놓아 아이에게 읽어주는 엄마가 재미있게 표현해주면 좋을 것 같다. 호르르 짭짭, 아작아작, 냠냠 츄르릅, 아그작 아그작. 소리만 들어도 매우 맛있어 보인다. 울며 길을 걷던 아기 당나귀는 이내 그 사실을 잊고 눈앞에 놓인 맛있는 채소들을 맛나게 먹는다. 길은 잃었지만 식욕은 잃지 않은 씩씩한 아기 당나귀였다. 온 몸에 그것을 묻혀, 어떤 음식을 먹었다는 것도 알 수 있다. 마치 처음 숟가락질을 하며 온 입가에 음식물을 묻혀 먹던 아이의 모습과 같다.
엄마를 찾아가는 길은 기다란 운동화끈같은 줄로 표현했고, 아기 당나귀의 모습은 털이 만져지는 듯 한 촉감이 느껴지는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그림책이 단순히 그림을 넘어서 콜라주기법같은 느낌이 들어 더욱 생동감 있었다. 그린이인 안태형 작가는 포실포실한 헝겊과 실로 당나귀를 만들었다고 소개했다.
어디선가 “아가야” 하고 아기 당나귀를 부르는 소리가 들리고, 아그작 아그작 고구마를 먹다 말고 눈이 땡그래진 아기 당나귀는 고개를 들어 주위를 살핀다. “앗, 엄마다!” 엄마를 발견했다! 아기 당나귀는 엄마가 보내준 채소들을 먹으며 신통방통 잘 찾아온 것이다. 명작동화 헨젤과 그레텔의 과자길도 생각났다. 귀여운 아기 당나귀는 책을 보는 아이들이 상대적으로 좋아하지 않는 채소들을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여주며 흥미와 호기심을 자극했다. 편식하는 아이들에게 보여주면 더욱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