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을 짓읍니다
박정윤 지음 / 책과강연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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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을 짓읍니다

 

제목을 보고 오타인가? 싶었다가 이내 읍니다와 습니다 사이를 지나온 엄마를 위한 제목임을 깨달았다. 내가 80년대 생이니 우리 엄만 학창 시절에 맞춤법을 읍니다로 배운 세대가 맞다. 엄마가 딸에게 지어주는 밥과 같은 레시피가 가득하다. 시집 와서 시댁 입맛에 맞추다 보니 친정엄마에게 길들여진 내 입맛이 여간 힘든 게 아니다. 같은 미역국이라도 우리 엄마가 해주는 맛과 시어머니가 해준 맛이 달랐다. 당연하겠지. 레시피도 다르고 손맛도 다를 테니까. 그래서 그런지 엄마의 맛이 더욱 그리운 요즘이다.

 

이 책을 보니 간장게장, 김장김치, 약밥, 엄마표 치킨부터 다양한 그리움과 추억이 가득한 음식들이 소개되어 있었다. 난 지금도 제일 좋아하는 음식을 꼽으라면 양념통닭이다. 시중 프랜차이즈에선 나올 수 없는 맛인, 우리 엄마표 양념치킨. 엄만 닭을 사다가 손수 기름에 직접 튀겨주셨다. 튀김옷이 잘 입혀져 고소한 냄새가 온 집안을 진동하면 나와 동생은 요동치는 배를 움켜잡고 치킨이 식탁 앞에 나오기만을 기대하고 고대했다. 고추장과 설탕 같은 것으로 잘 버무려 만든 양념소스를 넣어 약간 졸여주면 환상적인 양념치킨이 완성된다. 그 기름 끓는 소리, 기름 냄새가 모두 기억난다. 복잡한 과정을 거쳐 먹는 그것은 우리 엄마의 노고를 대변하듯 매우 맛있었다. 저자도 어떤 음식을 하더라도, 하물며 물을 끓이더라도 따뜻한 기운이 집안에 감돈다는 그 느낌을 문장으로 표현했는데 고개가 끄덕여졌다.

 

책에 제일 처음 소개된 음식은 바로 된장찌개였다. 가수 다이내믹듀오의 곡 <어머니의 된장국>이란 노래 가사를 보면 냉장고엔 인스턴트식품 혀끝에 남은 조미료 맛이 너무 지겨워 그가 간절하게 생각나는 건 바로 어어어어어어 어머니의 된장국이란 말이 나온다. 사람도 된장찌개도 삶과 뚝배기 안에 한데 어우러져야 더욱 깊고 진한 맛이 나온다는데 우리가 쉽게 소비하는 음식들과 사람과의 인연은 일회성처럼 가볍고 얕다. 호박이니 두부며 양파 등 모든 걸 숭덩숭덩 썰어 넣어 엄마가 보고 싶을 때마다 그 깊고 진한 맛을 음미해보고 싶다.

 

책은 소개된 음식의 레시피를 동봉해 에세이 겸 요리책 같은 느낌마저 들었다. 저자가 음식과 관련된 에피소드를 이야기해줄 때마다 잊고 있던 나의 추억도 소환되는 기분이 들었다. 내가 기억하는 엄마의 음식이 무엇이었는지 생각해보니 끝이 없다. 오늘따라 엄마가 해주신 수제비가 먹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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