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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경의 치유의 말들
박주경 지음 / 부크럼 / 2020년 9월
평점 :
박주경의 치유의 말들
난 마음이 요란스러울 때 성경 시편과 잠언, 그리고 시집을 읽는다. 언급한 책들은 글의 온기가 느껴져 새삼 따뜻하다. 치유의 말을 글에서 찾는 행복을 알아서 다행이다. 오늘 읽은 책도 그랬다. 깨끗한 지혜와 진솔한 격려가 담긴, 위로이자 공감이었다.
뉴스에서는 숱하게 서로를 비방하고 공격하는 말들이 오간다. 대선이 코앞인 미국이 그렇고 우리나라 청문회에서 흩날리는 말들이 그렇다. 정치 언어엔 계산이 들어가 있어서 그런다 쳐도 우린 가장 가까운 가족조차 마음에 생채기를 아무렇지도 않게 내고 만다. 그 할퀴고 긁힌 작은 상처들을 봉합하려면 치유의 말들이 필요하다. 그것이 소독제고 진통제다. 그 사소하고도 작은 위로가 이 책에 모여 있다.
앵커이자 작가인 박주경 저자는 ‘말보다 글을 우선시한다. 따뜻한 글을 추구한다.’ 고 소개했다. 페이지를 넘겨보니 표지와 같은 초록색 바탕에 ‘안아주는 마음 나눠주는 온기 이 기울어진 세상을 건너게 해줄 너와 나의 밧줄’ 이라는 부제 같은 문장이 적혀있었다. 그 밧줄을 함께 붙잡고 건너고 싶어졌다. 올해는 유독 모두가 아픈 해다. 이런 날이 없었다. 당연하게 여겼던 게 당연하지 않게 되었다. 다시는 예전으로 돌아가지 못하리라. 그런 우울감이 새로 맞이한 11월의 오늘처럼 차곡차곡 쌓여가는 요즘이었다. 이 책을 접하곤 마음이 열렸다. 역시 공감의 힘은 대단하다. 눈물이 나기도 하고 나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이게 만들기도 한다.
경쟁 사회에서 경쟁이 재미의 영역에 있다면 존중은 감동의 영역이라 말했다. 종합격투기 대회에서도 선수들은 경기 중 서로를 죽일 듯이 싸우지만 끝나고 나면 날선 눈빛을 버리고 얼싸안고 서로의 어깨를 다독여주는 장면이 생각난다. 온라인 공간에서 경쟁자를 혐오하고 증오하는 문화는 이 스포츠 경기의 실존 공간에서 이뤄지는 존중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저자가 아침 방송을 위해 새벽3시에 출근하면서 느꼈던 쓸쓸함을 글로 쓴 대목에선 나도 마음이 아려왔다. 대리운전 기사들을 태우기 위한 승합차 두어 대가 시야에 들어왔고 그 시간이 그들에겐 퇴근 시간인 것이었다. 새벽의 거리에 승합차 안에 몸을 구기는 대리 기사들의 고단함. 취객을 안전하게 귀가시키고 정작 자신은 안전하지 않은 골목에 남겨져야 하는 아이러니. 그 불안과 고독이 씁쓸하게 느껴졌다. 저자는 ‘오늘 밤이면 또 쏟아져 나올 것이다. 거리에, 취객들. 오물들. 악다구니. 경찰차. 구급차. 택시. 대리기사. 승합차...그리고...보이지 않는, 도시 위의 별.’ 쉼없이 나열한 단어들이 하늘의 별에 이르러서야 조금 숨이 쉬어지는 듯하다. 밤다운 밤에 온전히 잠을 자는 내 모습이 미안해졌다. 그 회화적인 시풍의 문장이 고요하게 잔상에 남는다.
별 것 아닌 것 같아도 하루를 버틸 수 있는 힘은 따뜻한 말에 있는 것 같다. 우린 너무 지쳐있다. 서로에게 조금씩 곁을 내주고 진심을 담은 말 한마디 해주는 게 어떨까. 바로 옆에 있는 그 사람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