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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박자 자장가 ㅣ 그림책은 내 친구 58
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 글 그림, 이지원 옮김 / 논장 / 2020년 10월
평점 :




네 박자 자장가
폴란드의 동화작가 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의 작품을 오늘 처음 만나보았다. 그녀의 그림책은 질감과 문양이 다른 종이와 천을 이용한 콜라주와 다양한 채색 기법을 사용했고 철학적인 사색의 깊이를 보여준다는 평가를 받고 있었다. ‘자장가’라는 주제에 맞게 책은 차분하고 절제된 언어가 돋보였고 잔잔하고도 공간의 여백이 느껴져 편안했다.
아이는 당장 자고 싶은 눈치는 아니지만 내일을 위해 잠자리에 들 준비를 한다. 아이의 방에 있는 물건들이 하나씩 언급되며 모두 가만히 멈춰 조용하게 호흡한다. 글밥이 매우 적은데도 시처럼 운율이 느껴지고 책을 읽으면 마치 자장가처럼 읊어주는 느낌이 든다. 바이올린을 켜던 아이는 ‘방이 잘 준비를 해요’ 라는 문장과 함께 네모난 공간의 구석 모두가 조용해지는 것을 감지하고 방에 있는 물건들처럼 자신도 이불을 펼치며 눈을 감는다. 강아지도 하품을 하고, 창문 유리도 모두 캄캄해진다. 눈을 감고, 귀를 닫고 아이는 포근하게 잠이 든다. 문이 닫힌 아이의 방은 아이와 함께 스스르 잠이 든다. 책 표지는 창문모양의 공간이 실제로 뚫려있었다. 아이의 방 창문을 통해 방을 들여다보는 느낌이 들어 더 실감났다.
시간이 갈수록 잠이 없어지고 장난감을 가지고 더 놀고 싶어 하는 아이 덕분에(?) 함께 잠자리에 드는 시간이 2시간이나 늦어졌다. 어제는 강제로 불을 끄고, 자기 싫어 우는 아이를 못본 체 하며 자버렸다. 오늘 책을 읽으니 매우 반성이 되었다. 그러고 보니 이 책처럼 방이 단순하고 여백이 느껴진다면 아이의 시야에 들어오는 게 적어 잠자기가 한결 쉬울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아이와 함께 자는 방엔 온갖 장난감이 즐비하게 늘어져있어 아이의 눈과 마음을 뺏기기에 당연한 것 같아 방부터 조금씩 비워야겠다는 생각도 했다. 이렇듯 사물을 의인화시켜 고요하게 모두 잠든 방을 보며 아이 또한 강요 없이 편하게 잠드는 모습이 새삼 아름답다. 아이의 들뜬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혀주며 나도 이 책을 자장가 삼아 읽어주어야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