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잃은 사피엔스를 위한 뇌과학 - 인간은 어떻게 미지의 세상을 탐색하고 방랑하는가
마이클 본드 지음, 홍경탁 옮김 / 어크로스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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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잃은 사피엔스를 위한 뇌과학

 

저자는 과학과 심리학, 행동과학을 연구하고 다양한 사례조사를 통해 인간 행동의 비밀을 밝히는 데 주력하고 있는 저명한 저널리스트 마이클 본드였다. 그는 5년 전 감정전염과 군중심리, 집단사고 등 사회심리학의 성과를 흥미롭게 담아낸 저서 <타인의 영향력>으로 영구심리학회 저술상을 수상한 경력을 갖고 있다. 이번 서평 도서 <길 잃은 사피엔스를 위한 뇌과학>도 길 찾기 능력을 소재로 타인과 협력하고 주변 풍경과 상호작용을 가능케 하는 생존의 핵심 조건을 이야기했다. 하지만 점점 우린 새로운 세상을 탐색하거나 풍경을 주의 깊게 바라보는 방법을 잃어버렸다. 한정된 영역을 벗어나 세계를 확장코자 우리가 해야 할 것은 무엇인지 저자와 함께 살펴보자.

책은 신경과학적 연구와 사례를 통해 우리의 뇌가 길을 찾으면서 어떻게 움직이는지 알려주었다. 호모사피엔스가 공간을 지각하고 길을 찾는 능력을 저자가 다각도로 탐색하는 스토리텔링 능력은 놀랍기만 하다. 정재승 뇌과학자는 이 책을 통해 우리 뇌의 생체적 GPS를 켜고 심리적 내비게이션을 활용하는 법을 배우게 될 것이라 했다. 기대가 되었다.

 

인간은 처음엔 자유롭게 돌아다니나 결국 대부분 직선으로 좁은 길을 걷게 된다고 했다. <아이들이 왜 쉽게 길을 잃는가>라는 챕터가 눈에 띄었다. 배회하는 아이들에 관한 코넬과 헤스의 연구를 살펴보면 아이들은 혼자 집을 나와 돌아다닐 때 부모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멀리까지 갔다. 놀라웠다. 이동방식도 흥미로웠다. 아이들에게 가장 멀리 갔던 곳까지 가달라고 요청했더니 직선으로 이동하는 아이는 한명도 없었고 산만하게 먼 길로 돌아서 갔다. 미지의 것을 만나고 비밀 통로를 발견하면서 아이들은 자신만의 인지 능력과 기억을 사용하는 방법을 배웠다. 모두 탐험가로 태어난 듯하지만 계속 탐험가로 사는 사람은 없다. 어린 시절의 본성을 억제하고 반복적인 일상에 빠져 늘 선택하는 경로에서 벗어나지 않게 된다. 앞서 말했던 결국 대부분 직선으로걷는 것이다. 인생은 우리의 날개를 잘라버리는 방법을 알고 있다는 저자의 말에 고개가 끄덕여졌다. 우린 이처럼 익숙한 것만을 안전하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사라지는 모험 본능이 아쉽다. 나조차도 목적지를 가는 길은 거의 한 방법밖에 모른다. (수많은 방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책은 낯선 곳에서 길을 찾는 전략과 여자와 남녀의 길 찾기 차이를 비교해 제시하기도 했다. 특히 길 찾기에 최적화된 사람들을 소개하는 대목에선 비행사 프랜시스 치체스터를 예로 들었다. 안개 속에서 비행하는 것은 조종사 훈련생에겐 가장 불안한 경험일 것이다. 하지만 그는 나침반이 없었을 땐 전국의 철도를 따라 비행했고, 흐린 날은 태양을 이용하여 구름 위로 올라가 비행했다. 비행사들이 좋은 항법사가 되는 경우가 많은 이유도 자신의 아래에 보이는 경관을 이해하고 싶어 창밖을 쳐다보는 일이 많기 때문이라고 했다. GPS가 있더라도 이들은 여전히 랜드마크를 찾아내 공간을 이해한다. 말하자면 인지 지도인 것이다. 타고난 능력보단, 충분한 훈련과 적성이 맞아떨어진다면 누구나 유능한 길잡이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간이 어떻게 미지의 세상을 방랑하고 탐색하는지 깊이 있는 정보가 가득 들어있어 참 흥미롭게 읽었다. 뇌과학적 측면에서 다양한 사람들이 자신만의 방법으로 경로를 선택하며 세상과 교류하는 방법을 알고 싶다면 이 책을 펼쳐보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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