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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은 인터넷에서 시작되었다 - 디지털 리터러시를 위한 여섯 가지 이야기
김경화 지음 / 다른 / 2020년 9월
평점 :

모든 것은 인터넷에서 시작되었다
리터러시란 문자화된 기록물을 통해 지식과 정보를 획득하고 이해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이 책은 디지털 리터러시를 위해 알아야 하는 여섯 가지 이야기를 소개했는데, 즉 디지털 시대를 현명하게 살기 위한 소양을 의미하는 지식을 아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것을 삶에서 잘 활용할 줄 아는 지혜에 관한 이야기다.
제목과 같이 인터넷이 언제 어디서 왜 시작되었는지, 어떻게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는지부터 pc와 인터넷 초기부터 높은 관심을 끌어온 디지털 미디어에 대해 설명했다. 가상공간과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인터넷의 사회적 영향력과 가시적 변화, sns라는 소셜네트워크로 인터넷이 우리의 무의식 영역까지 파고든 은밀한 힘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또한 빅데이터를 주제로 디지털 세상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과 미래 도시의 구성원은 누구일지에 대해서도 논했다. 이 새로운 국면은 인류가 맞닥뜨린 철학적 과제이기도 하다. 인터넷과 디지털 미디어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빠르게 변하는 세상사에 대해 연구하고 글을 쓰고 있는 저자는 인류학을 전공하여 현재 일본에서 준교수로 재직 중이라고 한다. 국내외 참고문헌이 될 만한 도서와 논문, 영화와 소설, 사진까지 공신력 있는 자료를 바탕으로 소개한 이 책을 함께 들여다보자.
손바닥만 한 스크린이 우리 앞에 펼쳐지며 인터넷이 우리 삶을 전방위적으로 변화시켰다. 사실 전쟁 병기 실험에서 태동한 인터넷은 국가주도적으로 엄청난 예산을 들여 컴퓨터를 통신망으로 연결한, 꽤 호전적인 배경에서 생겨났다. 지금 인터넷은 참여자의 자발적 의지에 의해서만 운영이 된다니 참 아이러니하다. 90년대 pc통신에서 교류를 나누며 온라인 커뮤니티를 형성했던 시절이 기억난다. 그때의 이모티콘, 통신 은어들이 아마 인터넷 문화의 풀뿌리 역할을 했을 것이다. 요즘의 엽기, 허탈, 병맛같은 새로운 문화 코드도 아마추어 창작자들의 개성이 반영되고 거리낌 없이 드러내는 대담함이 엿보인다.
책은 쉬어가는 코너를 만들어 <인포데믹의 전주곡, 스팸메일> 이나 <미래의 세상을 엿보는 미디어아트 감상법>같은 흥미로운 주제들도 삽입해 보는 즐거움을 더했다. 만난 적 없는 가상친구가 생기면서 인간관계를 맺어가는 과정이 오프라인 사회와 정반대로 흘러가기도 한다. 우선 만나고 친구가 되는 게 아니라 일단 친구가 된 뒤 비로소 얼굴을 보기 때문이다. ‘좋아요’ 만 존재하는 우호적 세계 증후군도 언급했다. 사실 이것은 바람직하지 않은 현상이다. 객관적 시각을 저해하고 의견이 다른 이들과는 대화, 타협할 기회를 차단시킨다. 이런 필터 버블은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생각보다 크다.
전문적인 내용을 아주 쉽고 재미있게 풀어놓아 페이지가 술술 넘어갔다. 컬러풀한 사진도 한몫했다. 저자의 기술방식도 마음에 든다. 인터넷이라는, 매우 일상적인 힘이 어떻게 우리 곁에 존재하는지 전반적으로 알 수 있는 실용적인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