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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F코드 이야기 - 우울에 불안, 약간의 강박과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하늬 지음 / 심심 / 2020년 10월
평점 :
나의 F코드 이야기
제목만 보고 F코드가 무엇을 뜻하는지 몰랐다. 알고 보니 정신과 질병은 F코드로 분류되어 있다고 한다. 이를테면 F41은 2 혼합형 불안 및 우울장애라는 진단명을 가지고 있다. 그러고보니 내 주변엔 우울증을 호소하고 실제로 정신과 치료를 받는 이들도 몇 몇 있다. 특히 코로나 때문에 한국에 입국하지 못해 향수병과 우울증에 걸린 친구와 가정불화와 이혼으로 힘겨워하는 친구가 있다. 누구나 원치 않는 상황이 발생하여 아플 수 있는 질병, 정신 질환에 대해 나도 깊게 들여다보고 싶었다.
책은 저자의 일화를 담담하게 서술하며 정신 치료를 받는 모습을 그린다. 그녀는 병원에서 상담을 끝내고 검사실로 가서 자율신경 기능 검사를 했다고 한다. 가슴과 팔, 다리에 뭔가를 달고 여러 검사를 한 결과 자신의 몸이 아프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었다고 깨달았다. 우울증에 걸린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은 검사 결과 그래프가 다르게 나온다고 의사는 말했단다. 교감신경과 부교감신경의 상관관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게 핵심이었다. 자신은 우울하다고 느낀 지 한 달 밖에 안되었다고 생각했는데 의사는 급성 우울증에서 만성 우울증으로 넘어가는 단계라는 처방을 내렸단다. 낯설고 받아들이기 힘든 상황이었다. 어쨌든 꽤나 긴 시간동안 약을 먹어야 완치 효과를 누릴 수 있다니 우울증이란 게 참 만만치 않은 마음의 감기인 모양이다. 그녀는 처음 만났던 의사의 느낌부터 시작해 치료기간인 3년 4개월간 병원을 세 번 바꿨던 이야기, MMPI나 문장완성검사 같은 심리검사를 받았던 경험도 털어놓았다. 한두 가지의 검사로 한 사람의 지속적인 상태나 성격을 단정하기 어려우므로 단순한 검사일수록 사람의 유형을 극단적으로 나누니 경계해야 된다고도 말했다는 전문가의 의견을 넣어놓았다.
내용 중 TIP 코너를 따로 두어 ‘나에게 맞는 상담소를 찾는 법’이나 ‘자살 사고를 알아차리고 돕는 법’과 같은 실용적인 내용을 삽입해 놓았다. 정신 질병은 누구나 경험할 수 있는 질병이며 더 이상 사회는 이것을 낙인으로 찍지 않아야 한다. 과거 금기시 되던 때는 지나갔다. 꾸준한 치료와 관리가 필요한 질병이라고 생각하고 이것을 별나게 안타깝게 여기지도 않아야 하겠다. 나도 마인드를 바꿔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 책은 저자가 인터뷰한 다른 우울증 당사자들의 이야기도 담았다. 특히 <힐링 서적이 말하지 않는 것들>이란 제목의 챕터가 눈에 띄었다. 그녀는 막연한 긍정이나 위로가 도움이 되지 않았다고 했다. 우울증을 앓으며 같은 조언이라도 설득될 만한 논리나 정보가 있는 책을 더 선호했다니 그녀가 와 닿았던 문장을 함께 나눠보기로 하자.
-참으로 인간 세상은 살기 힘들다. 살기 힘들다는 생각이 심해지면 살기 편한 곳으로 옮기고 싶어진다. 어디로 옮겨도 살기 힘들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 시가 써지고 그림이 그려진다_나쓰메 소세키, <풀베개> 중
현재 우울증을 갖고 있거나 치료 받는 방법을 알고 싶은 이들은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는 책이라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