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심이 병은 아니잖아요?
이지아 지음 / 델피노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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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심이 병은 아니잖아요?

 

소심과 세심은 한끗 차이다. 난 꽤나 소심한 편이지만 세심하다고 재정의하고 싶다. 나보다 남을 더 생각하고 배려하는 게 내 신간이 편한 사람이니까. 사회는 세상 쿨한 사람을 매력적이라고 여기지만 이 책의 작가는 당당하게 소심해지자고 외친다.

 

난 얼마 전까지 버스에 타고 내릴 정류장이 아니었는데도 버튼을 실수로 잘못 눌러(또는 착각해서) 버스 문이 열리면 아무 말도 못하고 그냥 내렸던, 소심쟁이였다. 지금은 죄송합니다, 잘못 눌렀어요.” 정도는 말할 수 있다! 그땐 목적지가 아닌 곳에 잘못 내리면서 자괴감이 들었다. 그리고 손과 발이 고생했다. 이 소심함 때문에.

 

하지만 소심하기 때문에 인간관계에서 장점도 분명 있다. 상대의 마음을 먼저 생각하는 버릇이 아주 조금, 있다. 말을 잘 들어주고 상처받지 않게 조심하는, 사려 깊은 사람이 되어있었다. 책은 에세이답게 작가의 에피소드를 쏟아낸다. 그 사건들 중 내가 비슷하게 겪었던 내용이 꽤 많아 놀라웠다. 특히, 고만고만한 영어실력으로도 외국인에게 선뜻 먼저 말을 걸며 회화를 시도했던 친구와는 달리, 난 길거리에서 외국인을 만나면 무조건 여긴 저도 처음입니다.” 라는 영어 문장을 외우고 다녔었다. 더 이상의 영어 질문을 받기 두려워서 말이다. 왕소심의 극치다. 저자도 신혼여행에서 남편의 영어, 한국의 주입식 영어를 너무나 당당하게 외치던 모습에 벙찐, 점원의 표정을 기억하면서도 그렇게 당당한 남편의 모습이 부러웠다고 고백했다. 알고 있어도 내뱉지 않으면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되니. 물론, 상점에 들어가 “May I help you?” 라고 말한 건 진짜 웃겼다.

 

저자의 성향은 소심한데 외향적이라고 말했다. 나도 생각해보니 혈액형이 B형인데다가 꽤 사람을 좋아한다. 나도 소심한데 외향적이라 할 만하다. 하지만 사람을 만나는 것을 넘어서 그의 말과 행동으로 쉽게 상처받는 건 어쩔 수 없는 소심쟁이인 것 같다. 어느 것 하나 쉬운 게 없다.

 

작가는 스몰 마인드 자기 긍정학이란 부제로 이 책을 정의했다. 어떤 책에서 이렇게 소개한 내용에 저자는 화가 났다. ‘소심한 삶은 상처를 피하려 자신을 부정하게 되는 삶이라고 하니, 우린 자신을 긍정하는 삶을 추구해야겠다. 유쾌하고 건강하고 담대하게. ’ 소심한 게 정도의 차이만 있지 누구나 갖고 있는 것 아닌가? 마치 극복해야 할 대상이 된 것 같아 우울함을 부정적으로 해석하는 게 싫다. 누구나 소심하고 우울할 수 있다.

 

우린 이 웃기고 불쌍하며 또는 위로가 되는, 상황들을 모두 겪을 수 있다고 여기며 소심이 병이 아니라 외치는 작가의 말에 동감의 박수를 보내도록 하자. 이너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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