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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가, 안녕! ㅣ 둥둥아기그림책 27
유애순 지음, 권사우 그림 / 길벗어린이 / 2020년 10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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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가, 안녕!
두 돌이 지난 우리 아기는 이제 제법 신호를 잘 보낸다. 기저귀를 떼진 못했지만 똥을 싸고 나선 엉덩이를 손으로 가리킨다. 배변 훈련을 시작해야 될 시기인가보다. 가끔 뿡~하고 방귀를 뀌면 까르르 웃기도 하고, 화장실에서 엉덩이를 씻기면서 기저귀에 싼 똥을 변기에 버리면 “빠이빠이~” 하면서 손을 흔들기도 한다. 얼마 전 육아 관찰 프로그램인 ‘금쪽같은 내새끼’를 보면서 배변을 참는 아이가 나왔다. 변을 참으며 고통스러워하는 아이는 변의가 느껴져도 일부러 참아서 변비가 생기고 배가 아픈 악순환을 겪었다. 그 아이의 경우 기저귀를 찰 때는 변을 보는 게 어렵지 않았는데 기저귀를 떼고 나서 대변을 보는 것을 싫어하고 겁을 내기 시작했다고 한다. 엄마가 배를 만지면 똥이 나올 것 같다고 만지지도 못하게 하고 똥이 나올까봐 많이 먹지도 못했다. 똥과 똥 냄새마저도 무섭다고 표현했다. 너무 힘들어보였다. 병원에서 엑스레이를 찍어보니 배에 변이 가득차 위까지 올라간 상태였다. 이 상태가 계속되면 장도 감각이 무뎌지고 자기도 모르게 변을 지릴 수 있는 상황이 오게 된다고 했다. 심각했다. 배변 훈련은 장 건강뿐 아니라 정서 발달에도 중요한 문제라고 한다. 유일하게 엄마가 해줄 수 없는, 아이 스스로 해야 하는 활동. 먹는 것부터 소화, 배변까지 일련의 과정을 처음부터 끝까지 자기 스스로 해내야 한다. 이 과정이 수월하다면 자기 효능감과 유능감도 자란다니 정서발달에 중요한 요소가 아닐 수 없다. 전문가는 부모에게 “왜 아이가 그러는 것 같아요?” 라고 물으니 엄마는 고집 때문에, 아빠는 변기에 앉아 집중을 못해서인 것 같다고 했다. 하지만 문제는 그것이 아니었다. 기저귀를 뗄 때 아이는 기저귀를 벗고 허전한 상태를 적응해야 하는 변화를 겪는다. 변화에 민감한 아이는 그것이 어렵다고 한다. 이 아이는 변이 싫은 게 아니라 기저귀의 부재가 불편한 것이었다. 남아라서 소변은 그냥 서서 보면 되고 변기에 피부가 닿지 않아도 되니까 소변 가리는 게 쉽고 큰 거부반응이 없었지만 촉각이 예민한 아이들 중엔 피부가 변기에 닿게 하여 대변을 보는 것 자체가 안전하다는 인식을 하지 못한다고 했다. 그러니 아이는 무섭다는 말을 자주 했고 그렇게 배변 타이밍을 놓치니 변은 딱딱해져서 배도 아프고 항문도 아파진 것이다. 아이를 인터뷰 했을 때 “너에게 응가는 뭐야?” 라고 물으니 금쪽이는 “괴물” 이라고 대답했다. 쾌변을 위해 전문가가 내린 처방은 쪼그리고 앉기, 따뜻한 물에 좌욕하기, 연고 바르기 등 이었다. 좌욕이란 문구를 보니 나도 출산하고 대변 보는 게 너무 힘들어 조리원에서부터 좌욕을 많이 했었는데, 아이의 고통이 어느 정도였을지 일정 부분 공감되었다.
각설하고 변의를 느낄 때 적절한 장소와 시간에 바르게 배변하는 법은 아기가 꼭 해결해야 할 발달 단계임이 분명하다. 이번에 서평으로 쓰게 된 그림책은 놀이처럼 재밌게 접근하여 아기가 응가를 잘할 수 있도록 돕는데 탁월했다. 볼록볼록 배 위에 두 손을 올리고 동글동글 동그라미를 그리며 장을 자극하는 마사지를 한다. 의성어, 의태어가 글밥에 들어있어 더 좋았다. 개구리처럼 앉아 항문을 열리게 하고 복압이 올라가면 똥을 누기 편한 자세가 된다. 그림 속 아기는 이내 응가하고 싶은 느낌이 들고 유아 변기에 앉아 힘을 끄응 주고 예쁜 똥을 퐁당! 싼다. 마지막 페이지에 “아이 시원해!” 하고 두 손을 든 아이의 모습에 덩달아 기분이 좋아진다. 귀여운 일러스트가 인상 깊다. 기저귀를 졸업하고 변기와 친해지기 돌입한 아이들에게 꼭 필요한 그림책이라 할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