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사랑 - 언젠가 너로 인해 울게 될 것을 알지만
정현주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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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사랑

 

영화음악을 좋아하다보니 어떤 책을 읽으면 그 순간의 장면에 어울릴만한, 내가 알고 있는 음악이 BGM으로 깔리면서 나만의 상상을 펼친다. 그러면 책이 갑자기 입체적으로 보이면서 온 감각이 열린다. 이 책은 사랑을 주제로 내게 말을 걸어왔고 친절하게도, 영화와 노래, 책을 소개해주었다. 책을 넘겨보다가 <, >, <, 영화>, <, 노래> 로 표시된 3쪽의 색인을 눈여겨보았다. 비포선라이즈, 글루미선데이, 라비앙로즈부터 서재 결혼시키기와 가을방학의 언젠가 너로 인해라는 노래까지 수록되어 있었다. 아직 들어보지 못한 곡과 보지 못한 책과 영화는 당장 찾아보고 싶었다!

 

작가는 20여 년간 라디오작가로 활동해온 정현주작가다. 정서점이란 별명답게 자신과 라디오를 꼭 닮은, 서점 리스본과 리스본 포스투를 가꾸고 있단다. 이 책은 연작 시리즈로 이미 <다시, 사랑><거기, 우리가 있었다> 전에 나온 책이다. 2013년 초판을 시작으로 2020년 개정판 1쇄를 받아들었다. 부제는 언젠가 너로 인해 울게 될 것을 알지만이다. 이 에세이를 읽어보니 누구나 겪는 만나고, 사랑하고, 헤어지며, 그리워하고, 다시 만나는일련의 과정을 따뜻하게 담았다. 감성 충만하다.

 

사랑은 언제나 후회를 남기지만 그렇다고 두려워서 사랑을 포기하고 싶진 않다. 지금도 누군가를 사랑하고 사랑받기를 바라면서. 저자 또한 그래도 사랑하길 잘했다는 간절한 생각을 이 책에 담았다. 사랑의 대가는 때론 크다. 상처가 되어 우리 몸과 마음에 흔적을 남기기도 하지만 이것은 상처라기보다 흉터라고 부르자. 만져도 아프지 않은, 흉터. 난 앞서 언급한 (만나고~다시 만나는) 다섯 개의 챕터 중 그리워하고 : 사랑을 잊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한 마음 다독임을 먼저 발췌해 읽었다. 영화 비포 미드나잇을 소개하며 20대부터 백발의 노인이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을 펼친다. 이들은 사랑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다 중요한 것은 인생 전체의 사랑이야.” 라는 패트릭 할아버지의 말들 듣는다. 사랑을 인생 전체의 총량으로 본 적은 나도 없었다. 항상 당시에 만났던 이를 전부로 여기며 그 한사람만을 생각하니까. 하지만 사랑은 죽지 않고 성숙되는 것이라 생각한다고, 저자는 말했다. A와 만났다 헤어지고 B, C를 만나는 동안 사랑은 죽은 것이 아니다. 하나의 인연은 끝났지만 우리 안의 사랑은 계속 성장하고 있는 중이었다. 이 담담함은 아직 나에게 발견하긴 이른 것 같다. 차가운 물에 감정을 흘려보내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는 담담함이 성숙의 결과물이겠지. 나도 옛 연인이 느닷없이 전화를 걸어올 때 아무렇지 않은 척 할 수 있을까.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가을방학의 <언젠가 너로 인해>란 곡을 들어보면 이별이 남긴 슬픔이 아니라 사랑이 남긴 좋은 것들을 생각할 수 있게 된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마음을 담은 노래인데 함께 한 시간을 그리며 언젠가 너로 인해 많이 울게 되겠지만 고마움과 외로움을 나눌 수 있어 오늘은 그래도 사랑을 하는 이야기다. 그들과 함께 보내는 시간 또한 그렇기를, 충분히 애도하고 성숙한 사랑으로 나아갈 수 있기를 바라며...수단이라고 하기엔 그렇지만 반려동물을 키우는 것은 이별에 대한 연습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좋다. 아프지만 사랑해야 하는 이유를 깨닫는다.

 

책은 <그 여자 혹은 그남자의 일기장>이란 제목으로 글을 펼쳐놓는다. 그리곤 <그녀에게/그에게 말걸다>란 코너를 덧붙여 영화, , 노래를 소개한다. 이 문장들 가운데서 설레고, 아프고, 위로받고, 힘을 내는 우리의 모습이 보인다. 글의 힘이 대단하다. 짧지만 여운 있는 글을 통해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을 포기하지 않는 이들을 보듬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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