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잠든 새벽, 넌 무슨 생각 하니? - 잠들지 못하는 당신에게 전하는 마음
이현경 지음, 선미화 그림 / 책밥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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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잠든 새벽, 넌 무슨 생각하니

 

취준생으로 많은 고민을 하고 하루에도 꽤 자주 눈물을 흘렸던 날, 나만의 위로가 되는 건 라디오였다. 수험생활을 하고 주로 늦게 자는 습관에 길들여져 있어 새벽시간의 라디오는 나의 감성을 건드리며 위로해주는 유일한 도구였다. 그땐 주로 진행자의 멘트가 거의 없는 재즈 음악 프로그램을 들었다. 그러다가 너무 외롭고 고립되어 있다는 느낌이 힘들어서 라디오 진행자의 따뜻한 목소리가 듣고 싶었다. 그러다가 이현경의 <뮤직토피아>가 운명처럼 다가왔다!

 

지금도 진행형인 이 프로그램은 매일 새벽 2시부터 4시까지 두 시간 동안 청취자들과 함께 한다. 현디는 우리를 우리 식구라 부르면서 친근함을 더해주고 있다. 시계가 새벽 2시를 가리킬 때면 마음이 설렌다. 오늘은 어떤 오프닝으로 시작할까? 우리 식구들의 사연은 어떤 내용이 기다리고 있을까? 마치 자장가와도 같은 그녀의 음성과 편안한 노래들이 내 마음을 녹였다. 이 책은 라디오 <뮤직토피아>에서 놓치고 싶지 않은 이야기들을 모아 흔적으로 남겼다. 지금도 라디오작가가 되고 싶다는 로망이 있는데, 라디오 작가분들이나 DJ분들은 청취자들의 사연이나 실시간의 호흡까지 예민하게 감지하는 능력이 있는 것 같다. 작은 행복을 저축해두는 시간 같아서 꼭 함께 하고 싶다. 예쁜 일러스트와 함께 책으로 다시 만나니 현디의 목소리가 다시 귓가에 울리는 듯하다.

라디오마다 특색이 있는데 <뮤직토피아>는 송 비하인드와 오늘의 명대사라는 매일코너를 통해 <뮤직토피아>만의 새벽 시간을 채우고 있다. 노래의 비밀을 알아가게 되는 건 꽤 흥미로웠다. 주말에는 음악다방과 심야극장이라는 요일코너로 추억의 노래를 들으며 과거를 회상하기도 하고 좋아하는 영화를 맘껏 즐기기도 한다. 라디오를 못 듣는 날은 다시듣기로 새벽풍경, 새벽그림+밑줄긋는여자를 꼭 청취한다.

 

책에 소개된 사연 중에 <버리지 못하는 마음>이란 페이지가 와 닿았다. 쓰지도 않고 사고 또 사고 버리지도 못하는 우리들은 정말 조금씩 저장강박증이 있다보다는 사연과 함께 라디오를 들으며 정리 좀 해야겠다는 어느 청취자의 문자. 내가 요즘 즐겨보는 프로그램 <신박한 정리>에도 출연자들이 자신의 집이 깔끔하게 비워지는 모습을 보며 눈물짓기도 하고 뭉클하게 감동받기도 해 덩달아 마음이 흐뭇해지는데, 현디는 이렇게 얘길 해준다. “혹시 주워 담아도 주워 담아도 채워지지 않는 무언가 허전한 마음, 가슴이 뻥 뚫려 있는 것 같은 아픈 구석이 있어서가 아닐까요.” 라고. 그렇다. 버리지 못하는 마음은 습관이기 이전에 어딘가 미해결된 아픔이 있을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간도 마음의 숨 쉴 틈과 함께 약간의 여백이 필요하지 않을까. 나도 사연을 보낸 이처럼 옛 마음을 버리고 새 마음을 담고 싶어졌다. 성경에도 말하지 않았는가. 새 포도주는 새 부대에 담으라고.

 

이 새벽 시간에 함께 듣는 청취자들은 결이 비슷한 것 같다. 그래서 더욱 사연이 와 닿는다. 새벽녘 동틀 무렵까지 현디의 목소리를 듣고 있으면 우리를 대변해서 마음을 위로하고 이해해주는 듯 했다. 차디 찬 새벽과 대비되는 따뜻한 위로를 받고 싶다면 현디의 라디오를 들어보시길. 이 시간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당신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고 싶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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