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후군이라도 문제없어 - 심리 치유와 마음 긍정 (feat.영화이야기)
김선희 지음 / 율도국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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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후군이라도 문제없어

 

예전에 방영했던 드라마 중에 <미스 리플리>라는 제목의 드라마가 있었다. 어린 시절 부모에게 버림받은 상처로 인해 인간과 세상에 대한 불신으로 내면이 가득 차 있던 여 주인공은 일본에 입양 갔다 밑바닥 생활을 경험하고 살아남기 위해 한국으로 도망쳐 온다. 우여곡절 끝에 한국 최고 호텔의 메이드를 시작하게 되고 성공을 위해 호텔과 리조트 각 분야에서 최고 실력자라 불리는 두 남자를 이용하게 된다. 동경대를 졸업했다는 거짓말을 시작으로 세상을 속이는 한판의 사기극을 보는 기분이었다. 여기서 리플리 증후군에 대해 처음 알게 되었는데, 이것은 미국 소설가 패트리샤 하이스미스의 <재능있는 리플리 씨>라는 소설에서 유래된 용어다. 허구의 세계를 진실이라 믿고 거짓된 말과 행동을 상습적으로 반복하는 반사회적 인격장애. 그것이 리플리 증후군이었다. 거짓이 탄로날까 봐 불안해하는 단순 거짓말쟁이와 달리 이 증후군을 보이는 사람은 자신이 한 거짓말을 완전한 진실로 믿는다!

 

불확실한 사회가 몸집이 거대하게 커질수록 증후군이 많이 붙여지는 사회가 되는 것 같다. 이 책에서도 앞서 언급한 리플리 증후군을 비롯해 다양한 종류의 증후군이 소개되고 있었다. 영화 <멜리스>는 리플리 증후군을 다룬 영화로 실제 2003년 거여동에서 일어난 여고동창생 살인사건을 모티브로 만들었다. 영화 <거짓말>이나 <화차>도 관련되어 있다. 이 증후군이 자신을 어떤 특정 위인이라 생각하며 그 사람처럼 노력하면 실제로 성취할 수 있는 긍정적인 효과도 있음은 부인할 수 없다. 꿈과 리플리 증후군이 한끗 차이라고 봐도 되는 대목이다. 책은 여러 증후군에 대해 소개하며 그것을 다룬 영화이야기를 들려준다. 대인관계 증후군의 대표적인 히키코모리(은둔형 외톨이) 증후군과 그것과 관련된 영화 <김씨 표류기>의 소개가 그것이다. 다만 삽입된 포스터나 사진이 흑백이라 아쉬웠고 책의 편집(여백, 글씨체, 장평, 자간과 같은 글자 위치, 중간 중간의 일러스트 삽입)이 조금 아쉬웠다. 책을 펼쳐보는 순간 대학 수업교재와 같은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어찌됐건 책은, 생생한 실화(편의상 가명)와 활용 가능한 심리치료 팁까지 언급하고 있어 많은 도움이 되었다. 특히 추천사의 문장 작가의 예리한 통찰력은 산재한 증후군의 난제 속에서 해답을 찾을 수 있게 한다는 말이 와닿았다. 누구나 신드롬, 콤플렉스, 증후군, 트라우마에 자유로울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것에 고통받지 않고 나름의 방법으로 잘 승화해 살아가는 이들이 있다. 그 차이점은 이 책에서 발견할 수 있다.

 

책에선 8가지의 특징으로 나누어 증후군을 소개했다. 사람이 힘든 나 : 대인관계 증후군부터 고독하고 우울한 나 : 정서적 결핍 증후군, 세상 사람들과 같지만 다른 나 : 공존 증후군에 이르기까지. 특히 직장과 가정, 육아를 완벽하게 해내고 싶은 욕구를 반영한 <슈퍼우먼 증후군>도 있었다! 우리 사회가 강요하는 측면도 있고 엄마인 나 또한 그런 욕심(?)이 있었는데 그것이 증후군이라고 할 만한 강박관념이라니 일정 부분 내려놓아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사실 슈퍼우먼은 미디어가 만들어낸 일종의 판타지다. 완벽해야 한다는 마음은 몸과 마음을 스트레스 덩어리로 만들거나 허탈감을 주기도 한다. 만트레트 지발트의 누가 너를 사랑하는가의 시를 삽입해놓아 읽어보니 스스로 사랑할 시간이 필요한 것 같다. 나부터 말이다.

 

증후군을 놀란 토끼 눈으로 대할 것이 아니라 이것과 사이좋게 지내며 좀 더 발전할 수 있는 계기로 만들면 어떨까? 생소한 증후군을 발견하는 재미부터 그것을 진지하고도 다정하게 처방하고 치료하는 저자의 필력은 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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