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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고자질 노트 - 육아 극복 글쓰기
장정민 지음 / 바이북스 / 2020년 9월
평점 :
엄마의 고자질 노트
‘기록할 가치가 없는 날은 단 하루도 없었다’
나도 이 문장의 의미를 알 것 같다. 매일 똑같은 하루 같아도 그렇지 않았다. 휴대폰 메모장이나 종이 일기장이 내 감정 쓰레기통인 것 마냥 낙서하고 푸념하고 그러다가 좀 더 정제된,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이 강해져 이렇게 서평활동을 시작했다. 아이가 태어나고 1년이 채 되지 않아서다. 난 엄마가 되길 원했고 날 선택해 와준 우리 아기에게 설명할 수 없는 기쁨과 고마움을 느낀다. 하지만 그것과 별개로 육아는 너무 힘들었다. 바라고 바란 일이었지만 아이를 키우면서 나를 자꾸 잊고 잃어버리는 느낌이 들었다. 이 책에서도 저자는 애나 보고 있어서 자존감이 무너진 게 아니라 애‘만’ 키우고 있으니 자신 안의 균형이 와르르 무너져버린 것이라고 했다. 공감했다. 나도 미친 듯이 책을 읽고 필사하고 서평을 썼다. 글 솜씨도 없지만 살기 위해서, 생존하기 위해서 그렇게 했다. 안 그러면 미칠 것 같았다. 글쓰기가 일종의 도피처였던 것 같다. 저자 또한 ‘무너진 나’ 와의 관계를 회복하기 위해 ‘쓰기’ 로 작정했다. 다 쓰고 나면 응어리가 풀리는 기분이 들곤 했다는데 나도 그랬다. 찰나의 감정과 순간의 기록이 자신의 눈앞에서 반짝이는 모습에 가슴이 벅찼다고 했다. 조각조각 남겨진 메모를 글로 잇는 행위는 마치 긴 줄에 예쁜 구슬알을 꿰는 듯 하다고 말했다. 저자는 하루를 풀어 적었다. 난 여러 공모전에서 사용할 소재를 찾으며 모아두었던 기록들을 상상을 덧대 색을 입히는 일이 즐거웠다. 메모가 글이 될 때 하나였던 생각은 넓게 퍼져 나가 자신의 마음과 관점도 깊어진다고 했다. 나 또한 직접 글쓰기를 통해 내 내면이 단단해짐을 느꼈다. 좀 더 마음이 차분해졌고 분노대신 감사가 더 많아졌다. 시간을 헛되이 보내지 않았다는 충만함도 느껴져 보람 있었다.
구독(또는 이웃)하는 몇몇 육아 블로그가 있다. 그들 또한 나처럼 일상적인 육아를 하며 느낀 점을 일기로 또는 정보제공의 의미로 글과 사진을 첨부해 공개해놓았다. 난 이들에게 육아동지임을 느끼며 마음의 위로 또한 받고 있다. 나만 힘든게 아니구나. 이들은 정말 부지런하구나. 매일 글과 사진을 업로드하며 아이와 공유한 시간들을 기록해놓는 엄마들이 대단해보이기까지 했다. 난 기껏해야 한 달에 한두 번 그것도 끄적끄적 비공개로 일기를 쓰는 수준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글 쓰는 시간은 아이 위주로 돌아가던 대부분의 시간들 속에서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이기에 행복했다. 내 마음이 평화로워지니 아이에게도 관대해지기 시작했다. 엄마 스스로 마음을 다잡는 돌파구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리라. 저자는 육아에세이를 쓰는 모임이 있다고 했다. 전국의 엄마들과 2주간 함께 온라인 글쓰기를 시행한다. 저자가 운영하는 온라인 글쓰기 모임에서 말이다. 참 좋은 취지인 것 같다. 나도 사적인 공간에서 혼자 쓰던 육아일기를 이들과 함께 써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어쨌거나 글은 쓸수록 나를 품어주고 살아갈 힘을 주는 것 같다. 수려하진 않아도 내가 경험한 나의 이야기니까. 저자도 글쓰기는 잃을 것이 전혀 없는 투자라고 소개했다. 시야도 넓어지고 자신의 마음 또한 넓어진단다. 몇 몇 서평도서들을 읽으면서 책날개에 있는 저자 소개를 통해 브런치라는 플랫폼을 알게 되었다. 아마추어지만 책도 출판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니 나도 도전해보고 싶었다. 다 받아주는 고자질노트를 통해 끄적이는 것부터 시작해보자. 진정 나를 만나는 건 멀리 있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