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비혼 여성, 아무튼 잘 살고 있습니다.

비혼 여성, 아무튼 잘 살고 있습니다 - 같이는 아니지만 가치 있게 사는
권미주 지음 / 이담북스 / 2020년 9월

비혼 여성, 아무튼 잘 살고 있습니다.

  결혼은 필수나 의무도 아니면서 비혼자들 특히 여성에게 많은 부담을 준다. 이 사회가 그렇다. 물론 인식이 변하고 있긴 하지만 아직도 그렇다는 건 부인할 수 없겠다. 왜 결혼을 해야 하나? 외로워서? 사실 ‘외로움이란 감정은 내가 나를 만나주지 않아서 생기는 감정인 것이다’ 라는 문장이 와 닿았다. 그렇다. 결혼해도 외로울 수 있다. 둘이 있는데 느끼는 외로움은 더 아프다!

  개인심리상담가인 40대 비혼 여성 저자 권미주님은 외로움을 결혼으로 해결할 수 없다고 말해줬다. 성숙하지 못한 개인이 만난 결혼생활은 불행하기 짝이 없다. 우린 사랑하는 대상, 서로의 배우자가 인생에서 가장 친밀한 대상이길 원하는 것 같다. 하지만 놉! 가장 친밀한 대상이 꼭 남편일 필요는 없다. 이 말도 공감한다. 내가 귀하게 여기는 많은 인간관계 속에서 정서적 친밀감을 쌓을 수 있다. 결혼이라는 제도를 통해 남녀가 육체적, 정신적 결합을 하지만 그것이 자신의 행복을 위한 도구여선 불행할 수밖에 없다.

  혼자라서 우울하다는 내담자들을 만나본 저자는 그들이 어쩌면 그냥 자신들의 이야기를 들어줄 사람이 필요했는지 모르겠다고 고백함을 듣고 자신도 그러했다고 인정했다. 그런 우울감은 결국 자기를 드러내는 일이 필요하다. 이유를 찾지 않더라도 덤덤하게 지금의 자신을 드러내고 묘사하고 말한다면 우울의 때가 견딜만하다. 나를 받아들이자. 자책할 필요도 없다.

  책은 더 이상 결혼을 꿈꾸지 않는 삶, 나를 바라보는 나, 진짜 독립한 삶, 느슨하고 불안하지만 함께여서 좋은 연대에 관해 이야기했다. 그 중 ‘느슨하고 불안한 모리들’ 이라는 제목에 ‘무리들’ 이라고 써야 하는데 오타가 난 줄 알았다. 그런데 모리는 라틴어로 죽음이란 뜻이란다. ‘메멘토 모리’ 라는 말 들어보았는가? 죽음을 기억하라는 말이다. 이렇듯 저자와 친구들은 이 만든 모임 ‘느슨하고 불안한 모리들’ 은 7~8명으로 구성되어 있고 이 중 싱글은 2명, 커플 3쌍이다. 아이는 없다. 이 모임의 취지는 서로의 장례씩을 치러주기. 서로 무심한 듯 연락도 없이 시간을 보내더라도 서로를 기억하기. 우리들 중 누가 죽으면 공동 상주가 되어 되어주는 것. 꽤 괜찮은 것 같다. 이런 공동체는 꼭 피를 나눈 가족보다 더 경이롭다! 언젠가 SBS스페셜에서 결혼을 해야 하는 이유가 고독사하지 않기 위해서란 의미로 방영되었는데 그런 의미라면 결혼이 아니더라도 누군가와 연결되어 있는 것은 좋은 것 같다. 물론 결혼의 이유가 이것이라면 허접하기 그지없지만.

  이 책에 나온 비혼자의 삶이 부러워졌다. 결혼 전 자유롭던 내 모습이 떠오르면서 아련해졌다. 결혼을 한 사람은 비혼자를, 비혼자는 결혼을 한 사람을 일정 부분 부러워하고 동경하기도 하겠지만 그건 자신들의 선택이고 곧 책임이다. 서로 다른 생각과 선택을 한다고 이상하게 볼 일도 아니며 우리 사회는 개개인을 존중해주어야 하겠다. 혼자지만 더불어 사는 삶의 태도, 멋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