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20

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20 - 소유의 문법
최윤 외 지음 / 생각정거장 / 2020년 9월

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20

  갑작스러운 고함을 치는 딸 동아를 보며 부모는 어떤 생각이 들었을까. ‘삼십 센티 미녀’ 라고 부르는 문제가 있는 딸, 그 아이를 통해 부모는 겸손해졌고 불행한 사람들을 민감하게 바라볼 줄 알게 되었으니 감사한 일인지도. 하지만 고함치기가 사춘기를 앞두고 감수성이 불안정해진 동아 나름의 성장표현이라 치더라도 그 방식과 빈도는 이해하기 어려웠을 터. p은사님의 배려로 이사하게 된 s계곡에서 정작 은사님을 만나진 못했고 열쇠를 건네주는 영진씨가 부탁한 사항은 좀 더 의아했다. 우리와 은사의 관계를 말하지 않으면 좋겠다? s계곡의 주민들은 장 대니얼에 계획하는 소유권 소송진행을 위해 내 서명을 필요로 했다. 그 소유권 대상은 우리가 모여 있는 집. 주민들은 대니얼 씨를 칭찬했고 나의 은사에 대한 험담과 소문을 이어갔다. p와 장 선생의 관계는 무엇인가? 의자 목공만을 고집하는 나에게 s계곡 마을에서의 주민들, 나의 작업과정, 그 기이한 시간의 감각과 지금은 사라져버린 s계곡의 산 밑 마을. 신원이 드러나지 않은 유령 같은 장 대니얼이 눌러 살았던 그 집은 무엇이었을까.

  제21회 이효석문학상의 대상 수상작인 최윤 작가의 ‘소유의 문법’ 일부다. 모두가 더 많은 소유를 꿈꾸도록 충동질하는 세상에서 소유의 문법을 벗어난 삶의 소중한 가장자리를 매만지는 고결한 삶의 이야기라고 평한 이 작품은 ‘이 세상에 올바른 모습으로 거하는 법’을 잊어가는 현대인에게 뜨거운 생의 진실을 깨우치는 수작이었다. 그 외에도 김금희 작가의 ‘기괴의 탄생’ , 박민정 작가의 ‘신세이다이 가옥’ 등 6작품이 최종심에 올랐고 이 책에 실렸다.

  모든 것과 상관없이 홀로 우주와 소통하듯 즐겁게 지내는 딸 동아가 가끔 지르는 ‘비명’ 은 마을의 불합리를 고발하는 듯했다. 아무 의미를 부여하지 않고 그저 자연의 사물에 조용히 집중하는 모습이 마치 소유하지 않은 채 행복을 느끼는 낙원 같은 삶이 아닐까? 라고 독자들은 느낄 것이다. 모두가 소유권에 집착할 때 자연은 그 대상에서 벗어나 경외감을 느끼게 했다. 이 작품에서 ‘나’는 어떤 소유의 문법에도 물들지 않고 올바른 자신의 길을 찾으러 애쓰는 인물로, 아픈 딸 ‘동아’ 는 소유라는 개념 자체도 모르지만 오히려 가장 아름답게 그것을 벗어난 인물이었다.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대상에 이번 문학상 수상작으로 선정되었다니 대단하다.

  이번 서평도서를 통해 ‘이효석 문학상’ 의 존재에 대해 알게 되었다. 한 해 최고의 문학적 성취를 이룬 작가에게 수여하는 문학상이다. 이 책에 실린 작품들은 삶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고, 밀도 높은 이야기를 선보였다. 동시대를 살아가는 눈여겨봐야 할 작가들의 작품이 수록되어 있어 이들의 다른 작품들도 찾아 읽고 싶은 충동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