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친 마음 수리하기 - 상처받은 마음을 위한 13가지 치유 기법
정준용 지음 / 북카라반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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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친 마음 수리하기

 

  나는 개복치다. 예전에 <내가 멸종 위기인 줄도 모르고> 란 책을 읽고 난 개복치임을 깨달았다. 인터넷에 알려진 개복치의 사망 이유는 이것이다. 거북이와의 충돌을 예감하고 겁이 나서 죽음, 바닷속 공기 방울이 눈에 들어가 스트레스로 죽음, 일광욕하다 새한테 쪼여 상처 곪아 죽음. 정말, 동네 밥같은 개복치는 예민하고 소심한 이들을 대변하는 듯하다. 내가 개복치같은 사람임을 안다고 해서 상처가 치유되진 않는다. 나를 위로하고 진단하고 해석하는 것을 넘어서 근육을 길러야 상처가 치유되는 법. 이 책은 13가지 상처 치유법을 제시하며 그것을 직면해 풀어내는 방법을 알려준다. 저자 또한 크고 작은 상처를 받았던 지난 경험들을 통해 어떻게 상처의 늪에서 빠져나왔는지 극복기를 들려준다. 응급조치부터 장기 과제까지 다양한 방법을 통해 더는 상처에 지지 않기로 하자.

 

  무조건 덮고 숨길 일이 아니다. 상처를 들추며 마주하고 싶진 않겠지만 피하지 않을 때 치유가 시작된다. 심리적 맷집을 키우는 것이다. 물론 아프다. 아프다고 마냥 덧나도록 둘 순 없지 않은가. 마음의 상처에도 종류가 있다. 상대의 행위로 받은 드러난 상처와, 자신의 기대가 충족되지 않아 느끼는 실망감같은, 감추어진 상처다. 특히 후자는 적절한 평가를 받지 못하면 배신감이나 서운함이 마치 소화되지 않는 음식물처럼 남아 속을 부대낀다. 실제로 부정적인 정서를 경험하면 무력감, 분노를 느끼며 이것이 반복될 때 화병과 우울증으로 나타날 수 있다.

 

  자존감을 먹고 사는 존재는, 인간뿐이다. 인간이 상처받는 이유 중 하나는 자존감에 상처를 받았을 때다. 경쟁과 질투, 패배, 질병과 재난을 경험했을 때도 마찬가지다. 상처는 마음뿐만 아니라 몸에도 반응하므로 몸의 감각에 주의를 기울여보자. 부정적인 감정에너지도 그냥 사라지지 않는다. 표정과 목소리, 행동으로 소모해야 자연스럽게 없어진다. 감정이 곧, 나라는 생각을 버리고 객관적으로 감정의 동기를 알아차리는 연습도 필요하다. 책은 과거의 상처, 즉 어린시절의 상처도 언급하며 프로이트의 무의식을 말한다. 정신분석학에서 말하는 억압이 그것이다. 우리 마음 속 상처받은 어린아이를 받아들이고 상처를 흘려보내야 한다. 심호흡, 거리 두기, 마음챙김 글쓰기 등 다양한 치유 기법을 제시했는데 난 표현적 글쓰기가 와 닿았다. 자신의 상처를 글로 표현한 이들은 훨씬 마음이 안정되고 반추를 덜 했다. 속마음을 털어놓는 과정에서 감정이 정화되고 통찰이 일어나는 것이다. 판단하지 말고 의식의 흐름대로 써내려간 글은 아무에게도 보여주지 않고 파쇄기에 갈아 없애면 좋다. 그 파쇄 되는 소리와 장면을 지켜보며 글 속의 상처로 남아있는 기억, 이미지, 감정들이 사라진다고 상상한다. 좋은 방법인 것 같다.

 

  혼자서 아프지 말고 상처 가운데서도 나를 지킬 수 있는 이 비장의 무기들을 장착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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