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이제야 알 것 같아 - 엄마가 되어서야 알게 된 엄마의 시간들
박주하 지음 / 청년정신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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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이제야 알 것 같아

 

  이 책은 저자가 자식만이 할 수 있는 일, 엄마의 시간을 기록한 책이다. 어린 시절 보았던 엄마의 시간들과 내가 모르고 지나왔던 엄마의 흘러간 과거까지. 그리고 집안에 닥쳤던 재앙으로 망가진 엄마의 시간을 함께 하며 견뎠던 날들을 기억하며 기록했다. 저자는 말했다. 이 세상의 엄마는 상처로 둘러싸여 강해진 존재인 듯하다고. 저자 또한 한마디로 정의할 수 없는 엄마와 딸의 관계에서도 분명한 건, 모든 딸에게 엄마는 살아갈 이유였고 존재였다고 말했다.

 

  나도 장녀이고 식구들 중 엄마를 제일 잘 안다고 생각하지만 깊숙하게 들여다보면 내가 태어나기 전 엄마의 시간을 내가 얼마나 잘 알고 있는지는 의문이었다. 엄마가 무얼 좋아하는지 어떨 때 엄마가 슬픈지, 아픈지...겉핥기식으로만 아는 무심한 딸이었다. 저자는 엄마를 응원하고 싶었다. 자식을 잃은 후 자신조차 잃어버린 엄마를 보며 간절히 힘을 내기를 바랐다. 엄마가 되어보니 자식을 키우며 나의 엄마를 다시 만난 저자는 자식에게 못 다한 것을 손주에게 채워주려 애쓰는 모습에 엄마의 사랑을 다시 느꼈다고.

 

  저자는 아들이 13살 되던 해 엄마와 함께 여행을 떠났다. 그건 죽기 전에 꼭 이루고 싶은 소원 중 하나였다. 설렘과 기대, 새로운 곳에서 엄마와 마주할 생각을 하니 가슴이 터질 듯 했다고 고백했다. 엄마의 기울어진 어깨와 하얀 머리, 굽은 등이 자꾸만 눈물 나게 했지만 저자는 이 여행을 시작으로 엄마의 말과 표정, 눈빛을 찬찬히 담아둬야겠다는 다짐을 한다. 홍콩의 밤거리와 바다는 감격스러울 정도로 멋졌지만 여행의 끝에 잠이 든 엄마의 고단한 숨소리를 들으면 엄마의 세월과 상처를 품어줄 사람은 자신이라고 다시 되뇌었다.

 

  저자가 이혼을 결심하고 엄마 집으로 돌아왔을 때 엄마는 죽은 자식과 죽기 직전의 자식으로 인해 치명상을 입고 있었다고 말했다. 날카로운 엄마의 말은 저자의 가슴을 찔러댔다. 엄마의 한을 온 몸으로 받아낸 저자의 아픔이 느껴졌다. 반쪽자리 자식들이지만 이 모자란 딸이 엄마의 의지가 되길 바라는 마음이 아름답다. 응어리진 지난날의 기억과 화해하며 서로 미안하다고 말하는 것은 엄마와 딸이기에 가능하리라.

 

  시집을 가고 아이를 낳고, 나도 엄마가 되어 보니 우리엄마의 힘들었던 지난 시간들이 떠올라 울컥한다. 난 이제 아이를 낳았지만 엄만 내 나이에 이미 사춘기 소녀를 키우고 있었다. 엄만 얼마나 힘들었을까? 내가 엄마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지 너무 가소롭다는 생각이 들어 자괴감이 들었다. 내 스트레스를 온전히 받아낸, 감정의 쓰레기통 역할을 충실히 했던 엄마에게 너무나 죄송스럽다. 비수를 꽂는 내 말은 주워 담을 순 없지만 평생을 두고 엄마의 상처를 매만져드리리라.

 

  책은 에세이집으로 저자의 기억 그대로를 재구성하여 글로 담았다. 어찌 보면 그 존재 자체로 힘을 주는 존재가 가족 아닐는지, 더욱이 엄마와 딸의 관계는 애증 그 이상의 특별한 존재임이 분명하다. 이 책을 통해 엄마와 딸이 서로를 이해하고 사랑하는 시간이 되길 바랐다. 읽는 독자 모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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