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지만 사랑해 나태주 작은 동화 2
나태주 외 지음, 설찌 그림 / 파랑새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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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지만 사랑해

 

  한 손에 들어오는 예쁜 시집 같은 이 동화책은 시인 나태주님이 여러 동화작가들과 보고 느낀, 작은 것들에 대한 예찬이라고 할 수 있겠다. 소재는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것들이었다. 우산, 양말, 딸기 우유, 소라게 등. 작가들의 따뜻한 시선을 통해 아이들뿐만 아니라 어른들까지 사랑스러움을 오롯이 느낄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비행기 안, 도착하기 전까진 내릴 수도 없는 그 공간에서 13시간을 비행해야 하는 어린 아이가 있었다. 서너 살쯤 되어 보이는 여아는 백인 부부 품에 안겨 서럽게 운다. 아마도 입양중인 모양이다. 아이를 안고 달래는 얼굴빛이 하얀 그 백인 부부는 어쩔 줄 몰라 하는데, 미소가 예쁜 한국인 승무원의 한마디에 아이가 울음을 뚝 그쳤다. 바로 아가야란 말이었다. 지금까지 여러 번 들어 귀에 익었던 그 정답고도 부드러운 말은 새로 아이의 부모가 된 미국인이 해 줄 수 없는 말이었다. 뉴욕까지 가는 13시간 내내 승무원의 품에서 떨어지지 않으려는 아이를 안고 드디어 공항에 도착했다. “아가야, 잘 가...” 그녀의 눈에도 눈물이 고였다. 이 짤막한 내용은 나태주 작가의 아가야란 동화다. 나는 아이에게 이렇듯 정다운 말을 얼마나 많이 건네고 있는가. 동화는 나를 생각에 잠기게 만들었다. 점점 고집이 세지는 아이 때문에 내 언성은 높아지고 아이를 함부로 대하고 있진 않았는지 돌아볼 일이다.

 

  이현주 작가의 나는 우산입니다란 동화도 많은 교훈을 주었다. 세상의 모든 것을 담을 수 있어, 그러니까 나는 세상의 모든 색이라고 말하는 이 물건이 무엇일까? 바로 투명 우산이었다. 갑자기 소나기라도 내리면 우산을 준비하지 못해 얼른 편의점에 들어가 가장 싼 우산을 고르는데 그게 바로 투명 우산이었다. 동화 속 투명우산은 1인칭 주인공 시점이고 자신의 주인인 지우가 자신을 찾기만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었다. 오늘같이 흐린 하늘날엔 난 회색빛을 띠고 지우 엄마의 파란 원피스에 비친 내 모습은 파란색으로 가득하다. 지우가 날 마법 우산이라고 하며 모든 색을 담을 수 있다고 말할 때 난 설레서 가슴이 두근거렸다. 거칠게 부는 바람 때문에 어느 날 투명 우산은 몸이 뒤집히고 우산살 중 하나가 힘없이 꺾이고 만다. 내가 비를 막아 주지 못하니 빗방울은 내가 아닌 지우를 적시기 시작했고 지우 아빠는 날 쓰레기통에 버리고 말았다. 비가 그치고 버려진 우산인 나는 갑작스런 이별에 놀라고 서운했지만 생각보다 오랜 시간 지우와 함께 했다는 걸 알기에 더 슬퍼하지 않으려 한다. 또 비가 쏟아지고 갑자기 내 몸이 두둥실 위로 떠올라 활짝 펴졌다. 지나가던 할아버지는 날 머리 위로 쓴 채 느긋하게 발걸음을 옮겼다. “네 덕에 소나기를 피했으니 내가 새 우산처럼 고쳐주마.” 라고 얘기하시는걸 듣고, 지금 이 순간 누군가에게 필요한 존재가 되었음에 기쁘다. 작가는 말했다. 내리는 비를 막아 줄 수 있는 것처럼, 누군가의 아픔을 안아 줄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라고.

 

  설찌라는 필명의 그림 작가님의 어여쁜 삽화와 함께 동화를 읽으니 마음이 애틋해지는 듯하다. 작지만 사랑하는 이 모든 것들을 마음에 품고 무언가를 언제나 따뜻하게 바라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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