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위를 껴안은 호텔 - KBBY가 주목한 그림책(2020년 9월) 신나는 새싹 142
이선주 지음, 조은정 그림 / 씨드북(주)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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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위를 껴안은 호텔

 

  커다란 판형에 맑은 수채화의 그림들이 꽉 채운 이 책을 보고 있으니 가슴이 탁 트인다. 게다가 자연 친화적인 호텔이라니. 호기심이 일어 검색을 해보았다. 호텔 이름은 <칸달라마 호텔>. 스리랑카 국민건축가 제프리 바와의 건축철학이 깃든 대표작이다. 그는 스리랑카의 국회의사당과 여러 대학 건물, 수많은 해변 리조트 등을 여러 나라에 남겼는데 건축이 들어갈 장소를 세심하게 분석해 조경과 건물을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것이 특징이었다. 그의 건축은 압도적이거나 화려하지 않지만 은은하고 깊은 공간감을 만들어낸다. 특히 칸달라마 호텔은 스리랑카 정보가 관광산업 개발을 위해 현지에서만 볼 수 있는 특별한 호텔을 지어달라고 의뢰한 건물이었다. 바와는 시기리야 부근 담불라의 한 바위 언덕 위에 건물을 짓고자 했고 거대한 암반 위 올빼미가 날개를 펼친 모습으로 디자인되었다. 호텔은 거대한 바위와 건물이 하나로 합쳐진 건축물이었다. 입구부터 로비까지 자연 상태 그대로의 바위를 인테리어 요소로 그대로 끌어들였다. 건물 외곽은 식물들이 표면을 덮었으며 안과 밖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건물과 경관이 하나 되는 바와의 철학을 가장 잘 보여주는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마치 코끼리 무리가 호텔 앞 강가를 지나가고 원숭이와 새들이 정원을 제집처럼 드나듦이 가능한 공간이다. 1층 로비에 마련한 철제 의자엔 작은 새가 둥지를 트는 게 일상이 되었다. 당장 이곳에 가보고 싶어졌다. 몸과 마음이 힘든 요즘, 이 자연을 향한 겸손한 인간의 모습으로 푸른 쉼을 누리고 싶었다.

 

  그림책은 자연의, 자연에 의한, 자연을 위한호텔에서 보내온 편지로 시작한다. 작가 이선주님은 우리가 자연의 일부라는 당연한 생각들을 하게 되는 나날이라고 표현했고 그림작가 조은정님은 칸달라마 호텔을 그리면서 마음이 정화되고 치유되는 것 같았다고 이야기했다. 시무룩한 표정으로 입술을 뾰로통 내밀고 있는 아이에게 누군가 툭툭 건드린다. 바로 원숭이였다. 소년의 어깨에 안착한 원숭이는 호텔 밖 풍경으로 그를 안내한다. 어떤 풍경은 보는 순간 모든 것을 잊게 하기도 한다. 이곳이 그랬다. 새하얀 날개를 펼친 공작새가 등장하여 자연스럽게 누군가의 화해를 유도하고 젊은 시절 찾아왔던 남녀는 어느새 노부부가 되어 그 시절 커피잔에 커피를 마시며 젊은 날을 추억한다. 혼자 있고 싶어 동생들을 피해 호텔 밖으로 나온 소녀는 눈부신 하늘을 올려다보며 푸른 잔디의 싱그러운 내음을 맡는다. 광활한 자연이 손에 잡힐 듯하다.

 

  이 곳을 방문했던 손님들은 각지 다른 사연을 가지고 칸달라마 호텔에 찾아왔지만 모두들 아름다운 햇살과 녹음을 기억할 것이다. 비단 유적지뿐만 아니라 숲 또한 보존하며 호텔을 지었던 건축가의 의도가 인간과 자연의 경계를 허물고 언제든 머물고 싶게 만드는 흥미로운 공간으로 자리매김했다. 스리랑카를 여행한다면 꼭 숙소로 정하고 싶은 곳이다. 울창한 정글과 호수를 배경으로 하여 자연과 동화되는 기분이 든다는 게 투숙객들의 공통적인 목소리. 죽기 전 꼭 봐야 할 세계 건축 1001곳이란 책에 소개되며 더욱 유명해지기도 했고, 칸달라마 호수와 이어지는 듯 한 수영장도 매력적이다. 그림을 보고 매료되어 실사까지 찾아본 곳은 여기가 처음이다. 책은 칸달라마 호텔의 아름다운 모습을 월페이퍼로 감상할 수 있게 QR코드를 박아놓았다. PC로 감상하고 싶다면 씨드북 홈페이지에서 내려 받을 수 있다는 사실.

 

  우리나라도 이런 자연친화적인 건축물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자연을 훼손하지 않고도 이렇게 아름다운 건물을 지울 수 있다니 역시 인간과 자연은 공존해야 빛을 발함을 다시금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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