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썼다 내가 좋아졌다
소은성 지음 / 웨일북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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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썼다 내가 좋아졌다

 

  어릴 때부터 글쓰기로 마음을 표현하는 걸 좋아했다. 각종 글짓기대회, 백일장 등에서 곧잘 수상하기도 했다. 아직도 기억나는 건 예림당에서 시부문 동시쓰기대회에서 입상하여 학교로 상장을 보내주었고 아침 조회시간에 전교생 앞에서 구령대에 올라 상을 받은 일. 그리고 또 하나는 우정사업본부에서 개최한 전국편지쓰기대회였는데 학교 대표로 뽑혀 국회의사당까지 가서 상을 받은 일이었다. 그땐 글을 쓰는 행위 자체가 날 즐겁게 해주는 것이었다면 아이를 낳고 엄마가 된 지금은 즐거움을 넘어서 치유와 위로까지 되는 듯하다.

 

  아직도 여러 공모전에 지원하거나 간혹 라디오에 내 사연이 읽힐 때면 마음이 붕 뜬다. 출산을 하고 호르몬의 변화로 몸과 마음이 불안정했을 때 유일하게 날 차분하게 만들어 준건 바로 글쓰기였다. 흰 종이(또는 흰 모니터)에 검은 활자가 내 생각 속에서 쏟아져나와 알알이 박힐 때면 그 희열로 날 것의 날 발견할 수 있어 행복했고 에너지가 충전되는 기분이 들었다. 말보다 정제되어 언제든 글을 읽으면 생각이 정리되었다. 종종 생각 없이 끄적이는, 메모같은 또는 낙서같은 짧은 단어들도 힐링의 소재였다. 저자는 이번 도서에서 글쓰기를 이렇게 설명했다. ‘먼 길을 떠나는 여행인 동시에 집을 짓는 일이기도 하다. 여행과 정주라는, 얼핏 모순되어 보이는 이 두단어가 글쓰기 안에서 어떻게 공존할 수 있는지 우리 한번 살펴보자.

 

  책은 2부로 나뉘어 마음을 보는 일, 마음을 쓰는 일로 글을 쓰는 이유와 행위를 설명했다. 저자는 올 봄 남프랑스로 이주해 한국은 물론 전 세계에 거주하는 이들과 매주 이메일로 온라인 소글워크숍을 이어가고 있었다. 인생에서 가장 잘한 일은 여성 전용 글쓰기 수업을 대뜸 시작해버린 것이라 여긴다는 그녀는 처음 슬픔과 혼돈에 대해 넘치도록 글을 썼다. 글쓰기 버튼이 그것이었던 것이다. 어떤 이든 정보를 공유하고 은 이타심이 글쓰기 버튼일 수도 있고 저자처럼 감정에 대해 쓰기 좋아하는 사람은 그것이 글쓰기버튼이 된다. 나는 주로 무엇을 쓰는가. 생각해보았다.

 

  목차에서 막연한 불쾌함을 문제의식이 담긴 에세이로 확장하기란 문장이 눈에 띄었다. 무조건 불평불만만 늘어놓지 말고 이 막연한 느낌, 일상에서 맞닥뜨리는 불편감을 글쓰기의 씨앗으로 만들어 보는 것이다. 여기서 유의할 점은 모두에게 공정하고 도움이 되는 궁극적 대안을 찾아내려는 것을 경계하는 것이다. 그 과도한 조심성이 글쓰기의 장애물이 되기에. 저자의 조언들을 읽어보니 글쓰기 스킬이 늘 것 같다.

 

  글을 쓰면서 매 순간 결핍과 부족감을 극복할 수밖에 없다. 혹 내 글을 읽는 이가 내 글에 대해 호불호를 가지게 된다면 최대한 객관적으로, 최대한 정치적이지 않게 완전무결한 글을 쓰고 싶어질 것이다. 사실 쓰지 않는 일이 가장 안전하다. ‘가장 완벽한 글은 사실 쓰지 않는 글이기 때문이다. 어릴 적 논술에 첨삭지도를 받을 때처럼 두렵고 수치심이 느껴진 적이 없었던 기억을 떠올리면, 완벽하게 쓰는 일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닫는다. 단지 글쓰기를 통해 인생의 중요한 목표를 이뤄내도, 또는 이뤄내지 못해도 오늘 내가 쓰는 동안만 충만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이 외에도 몸의 위치가 바뀌면 글의 문체도 바뀐다는 내용이나, 콜라주 형식을 이용한 글쓰기, 힐링됐다는 말로 여러 감정을 뭉뚱그리지 말고 솔직해지자는 내용들이 흥미로웠다. 특히 에세이에 거짓말을 써도 되는가에 대해 의문이었는데 그에 대한 대답이 나와 있었다. SF소설가이자 영화칼럼니스트인 듀나는 사실에 기반하되 상상력의 도움을 외면하지 말 것이란 조언을 했다. 그의 말처럼 소설 쓰기의 스킬을 적극 활용해 논픽션을 쓰는 사람이 좋은 작가인 것이기에 윤리적으로 당당하되 창의성을 맘껏 발휘할 것을 나에게도, 작가들에게도 기대해본다.

 

  글을 쓰는 건 정말 살아가는 힘이 된다! 그리고 날 사랑할 수 있게 된다. 당장 펜을 들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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