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화 : 더 높은 차원의 삶을 위하여 배철현 인문에세이
배철현 지음 / 21세기북스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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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화


 

  ‘승화라는 단어를 검색해보았다. 어렴풋이 알곤 있지만 정확한 뜻은 몰라서다. 고체에 열을 가해 액체가 되는 일이 없이 곧바로 기체로 변하는 현상을 뜻하는 물리적인 용어는 아닐 테고, 어떤 현상이 더 높은 상태로 발전하는 일이 맞겠다. 심리학 용어로는 자기 혼자만 가지고 있던 용인되지 않던 생각이나 동기를 인간 집단에 표출하여 모두가 납득할 만한 동기로 진전시키는 일을 뜻하기도 한다.

 

  저자는 책 제목과도 같은 승화를 이렇게 풀이했다. 아무런 유혹도, 시련도 없는 완성된 상태가 아니라 이전에 보이지 않는 더 높은 차원의 정상이 있다는 것을 발견한 후 얻게 되는 겸허한 마음이라고. 어렵다. 저자 배철현님은 하버드대에서 인도-이란어와 셈족어 고전문헌학을 공부한 분이다. 이번 책은 심연, 수련, 정적을 잇는 네 번째 책이었다. 마음을 차분히 가다듬고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 높은 차원의 삶을 위하여 내가 보는 나, 응시로부터 품위 있는 나를 만드는 법인 엄격, 말과 행동이 일치하는 명료, 그리고 마지막 위대한 변화의 시작인 승화를 이야기했다. 모두 두음절로 된 정갈한 단어들이 목차에 새겨져있다. 유언, 공허, 도야, 신중, 희생, 내재, 미지, 광휘 등 구도자와 어우리는 느낌의 단어들이 내 눈에 들어왔다. 정적의 단계에서 유유자적하는 풍경이 그려진다. 저자는 승화가 인간을 추락하도록 놓아두지 않고 저 높은 하늘을 향하도록 독려한다고 말했다. 승화에 이르기까지 이 책에 소개된 28개의 글은 읽는 이로 하여금 삶의 일부로 수용될 수 있길 바라는 마음으로, 일상에서도 결정적 순간을 경험할 수 있길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고 전했다.

 

  첫 번째 글인 심연이 나를 알기 위해 스스로 강제 고립시키는 단계였다면, 두 번째 수련은 생각과 언행을 수정하는 단계이며 세 번째 글 정적은 마음의 평정심을 얻는 상태였다. 드디어 승화에서 발견되는 정신적이며 영적인 상태를 발견할 수 있으니 책을 순서대로 읽어봐야 하나? 라는 생각도 해봤다. 어찌되었건 이 책은 철학적이며 통찰의 깊이를 더한 것임엔 틀림없다. 각 챕터마다 명사의 잠언과 같은 글이 페이지를 열어준다. 이를테면 기억이라는 글의 부제는 진리를 가장한 기만이었고 마르셀 프루스트의 명언이 적혀있었다. ‘과거 일을 기억한다는 것은 실제로 일어난 일을 기억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동짓날은 태양도 정지한다기에 기억이라는 활동을 하기 적합하다고 말했다. 일 년을 회고하며 자신을 세세히 관찰할 수 있는 최적의 시간. 프로메테우스의 극형으로 메시아처럼 인류에게 문명을 선사하고자 그가 스스로 십자가를 지었음을 말하며 인간 문명의 핵심이 기억이라고 이야기했다. 찰스 디킨스의 데이비드 코퍼필드와 랍비 힐렐의 탈무드처럼 자신의 삶의 주인이 나였는지 묻는다. 나는 무엇을 기억하고 있는지, 오늘의 나를 어떤 인간으로 기억할 것인지에 관하여.

 

  책은 이외에도 현자들의 그것을 언급하며 매일 자신을 변모하는 과정을 추구한다. 내가 나를 흠모할 수 있는지. 짧지만 깊은 울림과 깨달음으로 고전문헌학자 배철현님의 이야기에 귀기울여보자. 타인만 바라보며 산내가, 오늘은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을 보며 오래된 나를 버리고 바뀌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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