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일 밤의 클래식 - 하루의 끝에 차분히 듣는 아름다운 고전음악 한 곡 Collect 2
김태용 지음 / 동양북스(동양문고)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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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일 밤의 클래식

 

  요즘과 같이 혼자이길 강요하는(?) 언택트 시대엔 자의반 타의반으로 나만의 취미생활을 좀 더 심화해 완성해나가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 코로나라는 전염병이 퍼지기 전엔 종종 음악회나 오페라같은 공연문화를 즐겼는데 지금은 그럴 수 없으니 책으로, 이어폰 속으로 그것을 환기시킨다. 오늘 쓸 서평도서가 딱 제격이었다. ‘하루의 끝에 차분히 듣는 아름다운 고전 음악 한 곡이라는 부제를 가진 이번 책 ‘90일 밤의 클래식은 매일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는 적당한 길이와 난이도로 다듬어진, 90개의 클래식 플레이리스트로 이루어져 있다.

  

 

  사실 대중음악 사이에서 클래식은 난해하다는 편견이 있다. 그래서 타장르와의 크로스오버의 매개체가 되는 경우도 많은 것 같다. 최근 종영된 프로그램 팬텀싱어3’도 보면 결승까지 오르는 과정에서 출연자들이 클래식만 다룬 것이 아니라 팝이나 국악 등 다양한 장르와 함께 어우러진 것을 발견할 수 있다. 물론 클래식 전공자들이 많이 도전한 건 사실이지만. 각설하고 클래식 음악이 주는 아름다움을 발견하러 책 속으로 떠나보자.

 

  첫 곡은 중세음악의 세속노래모음집 카르미나 부라나로 시작한다. 작곡자로 적힌 골리아드는 특정 인물이 아니라 수도승, 방랑자를 지칭하는 말인데 여기서 풍기는 느낌답게 노래들은 술과 여자, 사회적 풍자를 통해 숨김없는 세계관을 표현하고 있다. 가사를 살펴보면 ! 다 함께 공부하지 말자! 빈둥빈둥 놀면 더 재미있지.”와 같다. 까마득한 시절의 노래지만 요즘 노래나 별반 다를 바 없는 것 같다. 책은 감상 팁과 추천 음반까지 소개해주었다.

 

  저자가 이 책을 쓰기 전 90곡 모두 특별한 이야기가 있을 것, 난해한 음악 이론을 사용하지 않을 것, 누구나 공감할 수 있어야 할 것이란 세 가지 원칙을 정했다고 한다. 그 덕분에 한층 다가가기 쉽게 느껴졌다. 학교 다닐 때 음악 시간에 이렇게 배우고 접근했다면 내가 좀 더 클래식에 친숙해졌을 텐데 라는 생각도 들만큼.

 

  목차만 봐도 흥미진진하다. 25일째 들을 고전 중엔 비열한 라이벌이라 이름 붙인 슈포어의 클라리넷 협주곡 1번이 소개되었고 59일째는 미화된 바람둥이의 슈트라우스 작의 돈 후안이 나와 있었다. 스페인의 전설 속 인물로 방탕아이자 바람둥이였던 돈 후안은 스페인의 극작가 티르소데 몰리나의 세비야의 바람둥이의 돌의 손님 초대라는 종교극을 통해 등장했다. 몰리나는 그 작품으로 스페인 시대의 욕망과 귀족사회를 비판했다. 그 후 독일 시인 레나우가 돈 후안을 여성의 인생을 망친 파렴치한에서 낭만적인 인물로 윤색하여 시로 남겼다. 슈트라우스는 미완성의 단편 시로 남아 있는 레나우의 돈 후안에 푹 빠졌고 그것을 기초로 교향시를 완성했다. 준비운동 없이 곧장 휘몰아치는 격렬한 도입은 바이올린 파트를 정신없게 만들었다. 그래서인지 바이올린 연주자들이 반드시 익혀야 하는 필수 레퍼토리가 되었고 전 세계 대부분의 관현악단 오디션 곡에 사용될 정도라고 한다. 추천 음반인 버밍엄시 교향악단의 ORFEO를 찾아 들어보았다. 정말 빠른 테크닉이 엿보인다. 이렇게 클래식의 배경을 알고 음악을 들으니 더욱 재밌었다.

 

  책 곳곳에선 명화도 함께 등장했다. 바그너의 오페라 트리스탄과 이졸데에선 로헬이오 데 에구스키사의 작품을 삽입하여 금지된 사랑 이야기의 불을 지폈다. 기막힌 스캔들은 덤. 이 오페라가 초연할 때 바그너의 열렬한 지지자이고 수제자나 다름없던 지휘자 한스 폰 뷜로가 지휘를 맡았는데 그의 아내가 바그너와 사랑에 빠져 외도를 하고 만 것이다. 존경하는 스승과 자기 아내의 불륜. 그 와중에 스승의 음악을 준비하고 있는 그 심정을 어땠을까 상상해보니 무척 괴로웠을 것 같다. 바그너의 개인사를 알게 되니 뭔가 이 비극적인 사랑 이야기마저 자연스러워 보인다.

 

  음악의 배경지식을 풍성하게 더하고 나니 곡에 대한 이해가 넓어지는 기분이다. 쉽게 알려 준 클래식 음악 칼럼니스트이자 서양음악사 저술가 겸 저자인 김태용님에게 감사를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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