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글 쓰는 엄마 - 이번 생(生)에 나를 살릴 방법을 발견하다
윤슬 지음 / 담다 / 2020년 9월
평점 :
글 쓰는 엄마
핸드북같은 크기의 책이다. 내가 좋아하는 폰트와 책의 재질. 읽기 전부터 마음에 설렜다. 게다가 제목 또한 나를 지칭하는 듯해서. 저자도 이야기했다시피 글을 쓰는 순간만큼은 내가 객체가 아닌 주체가 된다. 묶여있는 끈을 잘라내고 나만의 산투르를 연주하는 조르바가 된다!
1부는 글 쓰는, 2부는 엄마로 구성되어 있는 심플한 책이었다. 저자 윤슬님은 독서지도사, 인생상담사이자 윤슬책방을 운영하고 있다. 글쓰기 대중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강연도 다니신다. 글쓰기의 가장 보편적인 가치이자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방향대로, 생각이 정리되고 마음이 차분해진다는 후기를 들으면 기분이 좋아진다 하였다. 감정이 부딪쳤을 때 한 글자씩 글로 옮겨가며 자신만의 문장을 써내려갈 수 있기를 희망했다. 글쓰기는 감정 쓰레기통이자 재생에너지라 할 만한다. 글을 쓰면 나다움을 발견할 가능성이 크다. 서툰 나날들 속에 조작되지 않고 살아있는 화석으로 남아있는 ‘나였던 나’를 기억해내며 나의 행동이나 태도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다. 물론 말로도 발견할 수 있다. 내가 평소 어떤 말을 자주 하는지, 어떤 이야기를 전하는지 들여다보는 것이다. 저자는 글쓰기로 나다움을 찾기 위한 작업에 착수했다. 자기 자신과의 대화이며 화해를 통해 얻어진 나다움. 정체성을 향한 여정이라면 본능이든 태도든 행동이든 감동적인 방식으로 연결될 것이라고 말하면서.
엄마이기도 한 저자는 자신이 기억하는 가장 격렬한 반응은 ‘아이’ 와 엮어져 있다고 말했다. 첫돌도 되기 전 아이는 다리에 깁스를 했고 수술을 했다. 슬픔을 이겨내는 일과 아이를 치료하는 일, 자신을 치유하는 일은 그렇게 동시에 시작되었다고 고백했다. 고관절이 자꾸 빠져 6개월씩 정기점검을 받아야했고 15살까지 지켜보자고 말했던 담당교수님. 이제 아이는 16살이 되었고 지금까지 건강하게 자라주었다.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던 시절이었지만 슬픔이 태도가 되지 않아 감사하다는 말이 와닿았다. 나도 아이가 태어나고 처음 열이나 아이를 들쳐업고 병원에 뛰어갔던 일이 생각났다. 아직도 생생하다. 눈이 내리는 한겨울이었고 내 놀람과 반비례하게도 의사선생님은 별일 아니라는 듯이 약을 처방해주었다. 저자는 아픔을 통해 일상이 소중하다는 것을 정말 어렵게 배웠다고 한다. 아이는 세상에 당연한 것은 없다는 걸 몸소 보여준 스승이었다.
저자 윤슬님은 “나도 모르게 어느 순간부터 글을 쓰고 있었어요. 좋은 날에도 쓰고, 안 좋은 날에도 쓰고, 힘들어서 쓰고, 속상해서 쓰고, 계속 썼던 것 같아요.” 라고 소회하며 자신의 인생을 자신의 방식으로 완성하고 있다. 마치 함께 같은 시험지를 풀 듯 글쓰는 독자들에게 마음의 위로가 된다. 글쓰기를 선택한 이들의 길을 대표적으로 보여준 저자의 글에 응원과 토닥임을 받는 느낌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