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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정받고 싶은 마음 - 왜 노력하는 사람이 불행해지는가
오타 하지메 지음, 민경욱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0년 6월
평점 :
인정받고 싶은 마음
한 때 카톡의 프로필사진과 문구로 아까운 시간을 허비한 적이 종종 있었다. 남이 보니까 신경 쓰여서 이 사진 올렸다가 저 사진 올리고, 고상하고 유식한 척 명언도 썼다가 지우고를 반복했다. 아무도 반응하지 않으면 섭섭하기까지 했다. 내 개인 sns 조차 내 마음대로 자유롭게 쓰지 못하고 남의 시선을 의식하며 알아주길 바라는 내 모습이 처량하기까지 했다. 결국 난 사진과 글을 모두 삭제했다.
앞서 말한 경우가 인정을 받아야 한다는 강박이라 보기엔 비약이 있지만 어찌됐든 타인의 평가에 연연하는 건 인정욕구의 함정에 빠지는 첫걸음인 것 같다. 책은, 그동안 사회과학분야에서도 그다지 주목받지 못했던 ‘인정요구’에 대해 이야기하며 모든 이의 마음속에 숨죽이고 있는 이것이 일정한 조건만 갖춰지면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사실을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고 당부한다. 우울증, 집단따돌림, 갑질, 조직부정 등 수많은 왜곡현상은 ‘인정받아야 한다’는 과도한 부담감을 주는 사회와 무관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책은 인정받는다는 것의 의미를 시작으로 인정받기 위해 선을 넘는 사람들의 사례를 제시하고, 인정을 ‘받은’ 사람들의 딜레마도 다뤘다. 모두에게 인정받을 수 없다는 전제를 가지고 왜 우리는 인정에 휘둘리는지, 그것이 노력으로 얻어지는 것인지, 기대에 적당히 부응하는 연습과 인정 욕구로부터 자유로워지는 방법까지 이 문제 전반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사회에 나와 좌절하는 모범생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젊은 사원이 퇴사하는 비율도 적지 않다. 왜 좌절하는 인재가 늘어날까? 그들은 인정욕구에 대한 강박의 최대 희생자이기도, 가해자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주위에선 기대치가 크고 처음엔 그 기대에 부응해오기도 했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전처럼 매끄럽게 일이 진행되지 않고 자신의 평가가 낮아지기도 한다. 학력과 업무능력의 차이도 발생하며 스스로 기대치를 낮추지도 못한다. 결국 우울증이나 은둔형 외톨이가 되는 수순을 밟는 것이다. 사회문제로까지 번진다.
욕구가 압박으로 변질되면 인정받은 직원이 그 기대에 부응해야 된다는 부담감을 견디지 못해 퇴사하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제도적인 개혁도 필요하겠다. 절벽에서 떨어지는 것보단 후퇴를 위한 계단을 만드는 것이 낫지 않겠는가. 자존감에 상처를 입고 자기효능감이 떨어지는 게 두려워서 극단적인 강박에 시달리는 것인데 특히 완벽주의자나 성실한 사람일수록 그런 집착이 심하다고 한다. 실패했거나 부족함이 보여도 신뢰와 평가를 단숨에 잃을 필요가 없는 제도가 필요하다고 보았다.
이 밖에도 쓸데없는 배려를 없애는 제도도 중요하다. 경제적 손실을 감수하고서라도 인정받으려는, 일종의 명예 같은 것에서 해방되는 것이다. 자기 일이 끝나면 주저 없이 퇴근하고, 금전적 보상을 제도화하면서 개인 업무 부담을 명확하게 하는 것을 꼽았다. 문제를 상대화하여 그것의 중요성을 낮추는 것도 도움이 된다. ‘도망쳐도 괜찮아’ 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즐거움에 집중하는 내공을 기르고 실패의 경험도 소중하게 여기며, 또 다른 세계에 새로운 가능성을 점치는 것. 그런 자세가 필요하겠다.
인정받고 싶은 마음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다. 그것이 지나쳐 우리의 자유를 억압하는 순간 우리는 그것의 노예가 된다. 심리적 탈진을 경험하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