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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델은 이상해 ㅣ 그린이네 그림책장
베랑제르 마리예 지음, 이보미 옮김 / 그린북 / 2020년 8월
평점 :



아델은 이상해
아델은 주황색 구름머리를 가진 소녀다.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그녀는 이상하다. 우리와 전혀 다른 시선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아델은 머리 긴 사람들만 골라 말을 걸고, 동상에 입을 맞춘다. 굽을 길을 좋아하는 아델은 곧은길보다 구불구불한 골목길을 좋아하며 낮은 담장 위로 걷는 것도 좋아한다. 사실 아델만 이상한 건 아니다. 마르탱도 아침마다 양말을 짝짝이로 신고, 귀스타브도 얼굴은 작으면서 아주 큰 안경을 쓰고 다닌다. 엘로이즈는 폴란드가 어디 있는 나라인지도 모르면서 폴란드어 말투를 흉내 낸다. 알리스는 단짝인 파울로를 늘 어깨에 얹고 다니며 오노레 씨는 청록색 정창을 차려 입고 음악회에 가는 상상을 한다!
내 안에 아델을 비롯한 이 친구들처럼 특이하고 이상한 상상과 행동을 해본 적이 있는지 생각해보았다. 물론 나도 있었다! 이상하다는 건 주관적인 감정일 뿐이다. 다른 사람에게 피해만 주지 않는다면.
특이한 사람을 소개하는 프로그램을 종종 즐겨본다. 바로 ‘순간포착 세상에 이런 일이’ 인데, 여기엔 자칭 타칭 보라공주인 아줌마도 나오고 형형색색 컬러풀한 정장에 빠진 패셔니스타 할아버지도 나온다. 그녀의 집을 들어가 보면 신발장부터 거실에 부엌까지 보라색이 한가득이다. 본인도 보라색 원피스를 입고 다닌다. 할아버지는 티비를 볼 때도, 슈퍼에 갈 때도 신체 일부인 냥 절대 정장을 벗지 않는다. 참 특이하다. 내가 본 인상깊은 사람 중엔 공포 영화 속 캐릭터를 재현해내는 호러 고등학생이 있었는데 쳐다볼 수 없을 정도로 무섭고 소름 끼친 가면들을 만드며 특수 분장에 푹 빠져 있었다. 제작진을 맞이할 때도 면사포를 뒤집어 쓴 여고생이 기괴한 분장을 하고 등장하여 자지러질 뻔 했다! 징그럽다는 말을 칭찬으로 생각한다는 여고생은 세계적인 특수 분장사를 꿈꾸고 있었다. 우린 누구나 어딘가에 꽂혀 산다. 그것이 평범한 것이면 눈에 띄지 않지만 남들이 하지 않는 행동과 생각이라면 눈에 띄기 마련. 우리의 주인공 아델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남과 다른 것이 틀린 것이 아니라는 것을 몸소 보여주고 있다. 다른 것이 이상한 것이 아니라 개성이라고 인정하는 순간 작품이 탄생하고 인싸가 된다. 복면가왕의 가면을 제작하는 디자이너 황재근님도 자신만 추구할 수 있는 독특한 스타일을 고수한다. 민머리에 콧수염, 그리고 특이한 안경은 시선을 강탈한다. 그가 패션사업을 시작했을 때 사람들은 쓰고 안 쓰고, 팔고 안팔고를 떠나 그런 옷은 못 입는다고 남들이 다들 말렸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황재근은 꾸준히 독창적인 디자인을 추구했고 그는 곧 유명해졌다!
이 책을 읽으니 남들과 다르다는 게 어찌 보면 독특한 ‘나다움’을 드러낼 가장 좋은 요소이기도 한 것 같다. 평범하면 재미없지 않는가. 자기 어필 시대에 아델과 같이 톡톡 튀는 개성으로 다양한 사회를 더욱 재미있게 살아가는 것도 의미 있어 보인다.